EU·중국 무역적자 심화, 마크롱 “더는 버틸 수 없다”
“중국이 대응 안 하면 관세”…프랑스, 강경 모드로 전환
전기차·공작기계 등 유럽 제조업 경쟁력 위기
“투자 확대는 환영하지만 약탈적 진출은 불가”
EU 회원국 간 입장차…독일 등은 신중론 유지

중국과 프랑스가 최근 정상회담을 계기로 외교·기후·농업·핵에너지·국제 현안 등 5개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협력 의지를 확인한 가운데, 유럽연합(EU) 내부에서는 대중국 무역 불균형과 산업 잠식 우려가 한층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이 적절한 조처를 내놓지 않으면 EU도 미국처럼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EU의 대중 무역적자 3,000억 유로… 더는 견딜 수 없다”
프랑스 일간지 레제코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현지시간 7일 인터뷰에서 “중국에 이미 분명히 전달했다. 반응이 없다면 수개월 내 EU는 불가피하게 강경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그 조치는 미국이 취한 것처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라고 밝혔다. EU의 지난해 대중국 무역적자는 3,000억 유로(약 514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두고 “유럽 산업의 구조적 기반이었던 공작기계·자동차 분야가 중국발 충격을 크게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 고율 관세 조치 이후 “중국산 저가 제품이 대거 EU 시장으로 유입되며 유럽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생존을 걸고 싸우는 상황”이라는 강한 표현도 사용했다.
“전기차·배터리 등 핵심 산업 ‘경쟁력 보호책’ 필요”
마크롱 대통령은 EU 차원의 산업 정책 재정비를 강조했다. 그는 “규제 간소화, 시장 단일화, 혁신 투자 확대, 적정 수준의 국경보호, EU 관세동맹 완성”을 주요 수단으로 언급하며, 특히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흔들리는 유럽 자동차 산업의 보호·육성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EU가 수입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중국 기업의 ‘유럽 현지 투자 확대’를 요구했다. 배터리, 리튬 정제, 태양광·풍력, 전기차, 전자소비재 등 약 10개 분야가 진출 대상 산업으로 꼽혔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러한 투자가 “약탈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즉, 유럽의 기술·시장 지배를 목표로 삼거나, EU가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EU 내부도 의견차… 독일 등 “강경 대응엔 신중”
그러나 EU 내부에서도 대중 정책 방향을 둘러싼 온도 차가 여전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이 “현재 프랑스의 입장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EU 27개 회원국은 개별적으로 관세·무역정책을 결정할 수 없으며, 이는 EU 집행위원회가 총괄 조정한다. AFP통신은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달라 대중국 통상 대응에 단일한 입장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프 5개 공동성명 발표… 협력 강조 속 갈등 현안도 병존
한편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은 6일 양국이 ▲국제 거버넌스 ▲기후·환경 대응 ▲평화적 핵에너지 활용 ▲농업·식품 교류 ▲우크라이나·팔레스타인 정세 등 5개 분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양국 간 외교적 협력은 강화되고 있지만, EU 전체 차원에서는 중국을 향한 경계심과 산업 보호 요구가 커지는 ‘협력과 견제의 병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