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국유기업 주도로 올해 첫 생산
SMIC·CXMT 공급 추진

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국산 침지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양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28일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외국산 반도체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핵심 기술 확보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의 국유기업인 상하이 아이성나(Aishengna) 전자기술그룹이 국산 침지형 DUV 노광장비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내 주요 노광장비 스타트업의 기술 인력과 조직을 흡수한 뒤 장비 개발과 생산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성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 핵심과제로 추진해 온 반도체 자립 전략의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다만 중국산 장비가 당장 세계 최대 노광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에 직접적인 상업적 위협을 가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D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미세 회로를 새기는 핵심 장비로, 그동안 ASML이 세계 시장을 사실상 지배해 왔다. 특히 침지형 DUV 장비는 투사렌즈와 실리콘 웨이퍼 사이에 물을 채워 기존 건식 장비보다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는 극자외선(EUV) 장비가 주로 사용되지만, 침지형 DUV 장비 역시 다중 패터닝 공정을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미세한 공정의 반도체 생산에 투입할 수 있다.
미국 기술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앞서 상하이의 한 국유기업이 침지형 DUV 장비 생산을 시작했으며, 올해 약 5대, 2027년에는 약 20대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보도를 통해 해당 기업이 아이성나라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아이성나가 개발한 장비는 앞으로 추가 시험과 검증이 필요한 단계로, 성능과 생산 안정성 측면에서는 아직 ASML의 동급 장비와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 반도체 생산라인에 성공적으로 투입될 경우, 서방 국가들이 노광장비 수출이나 유지보수 제한을 강화하더라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자체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성나의 침지형 DUV 장비는 올해 안에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와 화훙반도체, 메모리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에 공급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해당 기업들은 장비 도입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ASML 주가는 중국의 국산 DUV 장비 생산 소식이 알려진 뒤 8% 넘게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산 장비가 단기간에 ASML을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장기적인 경쟁 구도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아이성나는 2023년 8월 설립됐으며, 등록 자본금은 70억 위안, 약 10억 달러 규모다. 주주는 상하이전기홀딩스와 상하이국제신탁 계열사 등 국유기업 두 곳으로 구성돼 있다. 회사는 공식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나 기술 개발 현황도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소식통은 아이성나가 지난해 DUV 시제품 시험에 착수한 위량성의 기술팀과 중국 대표 노광장비 기업인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큅먼트(SMEE)의 일부 인력을 흡수했다고 전했다. 위량성은 화웨이가 지원하는 반도체 장비업체 사이캐리어와 연계된 기업으로, SMEE와 함께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국산화 전략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로 ASML의 최첨단 EUV 노광장비를 구매할 수 없는 데다, 네덜란드 정부의 수출통제로 일부 첨단 DUV 장비 도입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노광장비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 장비의 국산화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해 왔다. 다만 지난해 EUV 시스템 시제품 제작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양산까지는 수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번 침지형 DUV 장비 역시 기술 완성도와 생산 수율, 장비 신뢰성 검증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아이성나의 침지형 DUV 장비가 단기간에 ASML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지만, 중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의 국산화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장비 성능과 신뢰성이 검증될 경우 중국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자립도를 높이는 핵심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