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I 시대의 문 앞에서

유스풀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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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01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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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풀인사이트
2025-12-03 21:22

“기술이 인간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무엇이 되는가”
“AI와 함께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마지막 전략”
“초지능의 시대,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
“가속하는 미래 앞에서 우리가 놓친 질문들”
“AGI를 기다리는 문명, 준비되지 않은 인간”

테슬라 공식 계정

우리가 사는 시대는 기술이 인간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사적 대화와 판단, 생산 활동을 모두 바꿔놓고 있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이러한 변화의 한복판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그의 분석은 단순한 기술 전망이 아니라 인간의 미래에 대한 경고에 가깝다. 그는 AI가 이미 인간 사회의 구조를 바꿀 정도의 힘을 갖기 시작했으며,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변화의 속도를 두려워하는 일이 아니라 그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AI가 만들어낼 미래는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밝지만은 않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엘리트들은 AGI가 가져올 유토피아를 이야기한다. 인간이 일하지 않아도 되고, 에너지·의료·교육의 문제를 초지능이 해결하며, 인류 문명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은 현실의 인간 본성과 사회 구조를 모른 척한 낙관에 가깝다. 김대식 교수는 AGI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순간 대다수의 인간이 생산적 역할에서 밀려나게 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노동이 가치에서 제외되는 순간 국가는 국민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할 수밖에 없고, 이는 현대판 기술 봉건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로마 제국이 노예 경제와 기본 소득 제공으로 인해 공화정에서 황제 체제로 넘어갔던 과정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겠다는 명분으로 실리콘밸리는 여러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기업 중심의 권력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는 그림이 놓여 있다. 그들이 말하는 ‘지분 기반 기본소득’이나 ‘월드코인과 같은 인간성 인증 시스템’은 겉으로는 보편적 복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술기업의 자산과 통제권을 국민에게 조금씩 나눠주는 방식이다. 결국 인간은 생존을 위해 기술 기업이 제공하는 토큰과 서비스를 소비해야 하는 구조에 갇히게 된다. 이는 고대 로마 시민들이 빵과 서커스에 길들여졌던 것과 다르지 않다.

AI가 이렇게 빠르게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이 오랜 시간 가져온 ‘설명 중심 접근’을 버리고 ‘학습 중심 방법’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2012년 힌튼이 제시한 방식 이후 기계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규칙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트랜스포머 구조와 최근의 추론 중심 모델은 AI를 단순한 예측 도구에서 사실상 ‘생각하는 존재’로 밀어 올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AI는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정보를 읽고, 분석하고, 재조합하며, AI끼리의 정보 전달은 인간 언어 특유의 왜곡과 감정적 오해를 걷어낸 채 정확하게 이루어진다. 이 모든 요소가 합쳐지면서 AG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환상이 아니라 시야에 들어온 그림이 되었다.

이 변화가 인간에게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AI가 인간보다 뛰어난 지식과 판단 능력을 갖추게 되는 순간 인간의 지위는 그 자체로 재정의되기 때문이다. 김대식 교수는 인간의 미래를 ‘미끄럼틀 위에 선 아이’에 비유한다. 이미 우리는 그 위에 올라와 있고, 내려갈지 말지는 선택할 수 없으며, 오직 어떻게 내려갈지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라는 뜻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AI가 인간을 적대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게 ‘좋다고 판단되는 선택’을 강요하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다. AI가 건강을 이유로 특정 음식을 주문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효율성을 이유로 인간의 버킷리스트를 무가치하다고 판단해 경험의 기회를 줄여버리는 상황은 폭력이 아니라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결국 가장 무서운 미래는 인간을 공격하는 AI가 아니라, 인간을 교묘하게 가스라이팅하는 AI다.

이러한 세계를 맞이하기 위해 김 교수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그는 AI는 결코 강연만 듣고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며, 자전거 타기처럼 직접 해보고 넘어져 보지 않으면 익힐 수 없는 도구라고 말한다. 따라서 지금 당장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써보고, 코드를 직접 작성해 보며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멀티모달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곧 판단력으로 이어지고, 판단력은 다시 미래 사회에서 인간이 주도권을 잃지 않는 기반이 된다.

세계 질서는 이미 협력과 이상이 아니라 힘과 패권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전쟁은 20세기 신념의 시대에서 19세기 제국적 경쟁의 시대로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환경에서 AI 기술의 보급은 ‘인간 대 기계’의 싸움이 아니라 ‘AI를 잘 사용하는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 사이의 격차를 더욱 벌려 놓는다. 노동의 가치는 줄어들고 자본의 힘은 더 커지며, 따라서 개인은 반드시 자신만의 플랜 B를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된다.

AGI의 등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우리는 그 실루엣을 보고 있다. 수평선 위에 보이는 돛대처럼 그 존재는 점점 선명해지고 있으며, 결국 이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언제 도착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 도착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기울이는 것이다. 기술을 이해하고, AI와 함께 일하며,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더욱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이것이 AI 시대를 살아갈 인간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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