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에 만나는 책과 정원… 바르샤바 ‘메트로 도서관’ 이야기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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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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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풀인사이트
2025-11-07 2:40

출퇴근길 책 읽기 장려, 스마트폰 대신 지하철에서 만나는 문화 공간

16,000권 도서, 셀프 대출 시스템과 24시간 반납 가능 픽업함 운영

수직 정원과 카페 공간, 독서와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하 도서관

폴란드 독서율 제고 목표, 역사적 공백 넘어 새로운 독서 문화 확산

폴란드 바르샤바의 새로운 지하철역에 2025년 9월 4일 ‘익스프레스’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메트로테카(Metroteka)라는 이름의 이 도서관은 바쁜 출퇴근 시민들이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도록 유도하는 매력적인 문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하철역 내 수직 정원에서는 바질, 오레가노 등 허브와 나스타튬, 팬지 등 꽃도 재배되어 지하 공간에 신선한 녹음을 더한다.

​이번 주 바르샤바 타르고베크 구 콘드라토비차 M2 노선 역에 문을 연 메트로테카는 성인과 어린이를 위한 두 개의 열람 공간과 공개 강연 및 이벤트 공간을 갖추고 있다. 150㎡ 규모의 공간에는 약 16,000권의 도서가 비치돼 있으며, 이용자는 비접촉 칩을 이용한 ‘익스프레스’ 셀프 대출 기계를 통해 책을 빌릴 수 있다. 대출한 책은 현장에서 반납하거나, 24시간 운영되는 지상 도서 픽업함을 통해 반납 가능하다.

​방문객들은 공동 작업 공간에서 공부나 업무를 보거나, 노트북을 빌려 인터넷을 이용할 수도 있으며, 출퇴근길 휴식을 위해 무료 커피와 핫초코를 즐길 수도 있다. 지하 공간의 수경 재배 벽은 햇빛과 토양 없이 바질, 오레가노 같은 허브와 꽃을 재배하며, 향후 식량 안보, 지속 가능성, 기후 변화 대응 등 다양한 주제의 토론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타르고베크 도서관 부국장 그라지나 스트젤착-바트코프스카는 “메트로테카가 단순한 책 대출 공간이 아닌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지하라는 독특한 위치는 시민들이 책을 접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동시에 접근성을 높인다”며 “책은 유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에, 그냥 들러서 몇 권 빌리고 셀프 체크아웃을 하면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개관 첫날, 400권 이상의 도서가 대출되었으며, 주로 학교 권장 도서, 여행 가이드, 각종 실용서가 인기였다.

zelka 공식 X 계정에 따르면, 바르샤바 콘드라토비차 지하철역에 문을 연 ‘메트로테카’ 도서관(약 145㎡ 규모)은 기존 콘드라토비차 23번지 시설에서 옮겨온 도서 컬렉션을 소장한다.

이번 도서관의 혁신적 모델은 폴란드 국민들의 독서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폴란드 국립도서관이 발표한 2024년 조사에 따르면, 폴란드 성인 중 한 권 이상 책을 읽은 사람은 41%에 불과하며, 이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50%대에서 감소한 수치다. TV, 스트리밍 서비스, 스마트폰 등 대체 여가 수단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립도서관 토마시 마코프스키 관장은 “남유럽보다는 높지만, 북유럽 국가나 체코 등 주변국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며, 역사적 이유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서관의 70%가 소실된 점을 언급했다. 이어 “폴란드에서는 몇 세대 동안 부모나 조부모가 책장 앞에 앉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독서 문화가 학교와 교사, 사서, 그리고 주로 어머니가 아이에게 읽어주는 활동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코프스키 관장은 “지하철역 내 도서관 개관은 오랜 꿈이 실현된 것”이라며 “도서관이 아름답고 개방적이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토론이나 공개 상담, 사람들과의 만남이 가능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도서관은 또한 전통적 정숙 규칙을 깨고 ‘시끄러운’ 열람 공간도 운영하고 있으며, 예상과 달리 방문객들은 조용히 공부하거나 튜터링,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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