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위안 규모 서버용 D램 공급 계약 체결
범용 D램은 중국, AI 메모리는 삼성·SK·마이크론 구도 유지

중국 메모리 산업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약 200억 위안(약 4조5천억 원) 규모의 장기 메모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시간 29일 로이터통신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3~5년간 서버용 D램 공급을 골자로 하며,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와 중국의 자국 반도체 생태계 구축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계약은 텐센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서버용 D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AI 투자 확대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이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물량 확보에 나서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계약에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HBM은 AI 가속기의 핵심 메모리로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AI 메모리 시장 진출보다는 범용 및 서버용 D램 시장에서 CXMT의 입지를 확대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계약은 CXMT가 추진 중인 상하이 STAR시장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성사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회사는 약 295억위안(약 6조6천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중국 본토 최대 규모의 반도체 IPO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의 장기 계약은 CXMT의 사업 안정성과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CXMT는 현재 텐센트뿐 아니라 알리바바 클라우드, 바이트댄스, 레노버, 샤오미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으며, 다른 중국 대형 인터넷 기업들과도 장기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정책과 자국 빅테크의 구매 확대가 맞물리면서 중국 메모리 생태계도 빠르게 구축되는 모습이다.

메모리 업황 역시 우호적이다. 트렌드포스는 2025년 말 발표한 메모리 가격 전망에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공급 부족을 반영해 주요 메모리 제품군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버용 D램은 2025년 4분기 53~58% 상승한 데 이어 2026년 1분기에는 88~93%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PC용 D램 역시 같은 기간 38~43%에서 최대 105~110%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엔터프라이즈 SSD는 25~30%에서 53~58%로, 전체 낸드플래시는 33~38%에서 55~60%로 각각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며 AI 중심의 메모리 시장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시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기업용과 소비자용 메모리 시장의 차별화로 나타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서버용 D램과 기업용 낸드플래시 가격은 강세를 이어가는 반면, 소비자용 SSD와 일부 낸드 제품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메모리 시장이 기업용과 소비자용으로 뚜렷하게 양분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업황 개선은 CXMT의 실적에도 반영됐다. 올해 1분기 매출은 508억위안(약 11조5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0% 증가했고, 순이익은 250억위안(약 5조7천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생산 확대도 본격화되고 있다. CXMT는 신규 D램 공장을 건설해 허페이와 베이징 생산라인을 포함한 월 생산능력을 현재 30만 장에서 약 60만 장으로 두 배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기술 경쟁력에서는 아직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 격차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DDR5 초기 수율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으며, AI 서버용 HBM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여전히 높은 기술 장벽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메모리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CXMT 제품 채택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CXMT가 미국 국방부의 제재 대상 기업에 포함된 만큼 실제 공급 여부는 정치적 변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실리콘밸리 투자사 아트레이디스 매니지먼트의 개빈 베이커 대표는 CXMT가 범용 D램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지만, AI 서버용 최첨단 메모리 시장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씨티그룹은 애플의 검토 자체가 CXMT의 제품 경쟁력과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시장이 CXMT를 글로벌 4위 D램 업체로 인식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미애널리시스 역시 중국 최대 반도체 IPO와 생산능력 확대를 계기로 CXMT가 글로벌 D램 시장의 새로운 경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지원과 공격적인 증설, 자국 빅테크의 구매 확대가 맞물리면서 CXMT가 범용 D램 시장에서는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와 HBM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기술 우위가 여전히 견고한 만큼, 당분간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이 급격히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