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1조 달러·물가 1.7% 내세웠지만… 시청률 12% 감소·팩트체크 확산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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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2-2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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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026-02-27 11:35

역대 최장 연설에도 시청률 12% 감소
국방·전쟁 성과 자평… 주요 발언 잇단 팩트체크
인플레이션 1.7%·유가 하락 주장… 물가 효과는 제한적 분석
이란 군사 압박 속 정책 설명 부족 지적
여론 악화 조짐… 미국인 10명 중 6명 “변덕스러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 2월 24일 워싱턴 D.C. 미 의회 의사당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 연설은 미국 행정부가 의회 양원(상원·하원)과 국민에게 지난 1년간의 정책 성과와 향후 국정 비전을 설명하는 자리로, 대통령이 의회 합동회의에 출석해 직접 연설한다./ 사진: 미 백악관 공식 계정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월 24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역대 최장 시간의 국정연설을 진행했지만, 정작 전쟁과 외교 등 핵심 정책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올해 국정연설 시청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비스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국정연설 전체 시청자 수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이 발표한 예비 집계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시청률 상위 7개 방송사인 ABC, CBS, CNN, NBC, MSNBC, 폭스뉴스 채널, 폭스 지상파 방송을 통한 총 시청자 수는 전년 대비 약 12% 감소했다.

이번 연설은 108분간 진행됐으며, 총 시청자 수는 약 2천78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의회 합동회의 연설 당시 기록한 3천145만 명보다 줄어든 수치다.

방송사별로는 폭스뉴스 채널이 동부시간 기준 오후 9시 15분부터 11시까지 91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해 가장 많았다. 다만 폭스뉴스 역시 전년 대비 전체 시청자 수가 15% 감소했다. ABC 뉴스는 510만 명, NBC는 360만 명, CBS는 330만 명을 기록했다. CNN과 MSNBC는 각각 약 200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두 방송사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대통령 취임 첫해 이후 국정연설 시청률이 하락하는 현상은 비교적 흔한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에도 유사한 감소세가 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1조 달러 규모의 국방 예산을 자신의 성과로 제시했고, 관세 수입이 군인 급여 인상의 재원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6월 이란 핵 인프라를 겨냥한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자신이 8개의 전쟁을 끝냈다고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CNN은 연설 직후 팩트체크를 통해 이 같은 주장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반박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자료: AAA / 그래픽: 유스풀피디아


트럼프 대통령은 근원 인플레이션을 지난 5년 중 최저 수준인 1.7%로 낮췄다고 강조했으며, 휘발유 가격 역시 주당 최고 6달러 이상에서 대부분 주에서 2.30달러 이하, 일부 지역에서는 1.99달러, 아이오와 주에서는 1.85달러까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BC 뉴스의 팩트체크에 따르면, 일부 생활필수품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관세와 에너지 비용 상승이 물가 안정 효과를 제한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 주방위군을 배치한 뒤 “이제 범죄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지만, 디펜스원은 워싱턴 경찰 통계를 인용해 2014년의 살인 건수가 더 낮았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2026년 1월 범죄율이 2025년 1월 대비 100% 감소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2025년 범죄가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에 이어 비슷한 감소세가 이어진 결과다.

미군이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 수준으로 중동 지역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잠재적 군사 충돌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연설 마지막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이 왜 미국이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가장 공격적인 군사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지 충분히 밝히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유사한 취지로 보도했다.

애틀랜틱 기고문에서 톰 니콜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논리는 핵 비확산이 아니라 정권 교체에 가까웠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비판하며 핵무기 보유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정책 설명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명예훈장 2개, 퍼플하트 2개, 공로훈장 1개, 대통령 자유훈장 1개를 수여했다. 육군 준위 5급 에릭 슬로버는 지난달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납치하는 작전에서 부상을 입은 인물로 소개됐으며, 한국전쟁 당시 1952년 공중전에서 활약한 해군 퇴역 대위 로이스 윌리엄스도 명예훈장을 받았다.

상단 왼쪽에 자리한 민주당 소속 일한 오마르 의원과 바로 옆에 앉은 라시다 틀라입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도중 항의하고 있다 / 사진: 미 백악관 캐롤라인 리빗 대변인 공식 계정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 항의에 나섰다. 텍사스주의 앨 그린 하원의원은 “흑인은 유인원이 아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가 퇴장 조치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를 유인원에 비유한 게시물을 올린 것과 관련한 항의로 보도됐다. 미네소타주의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과 미시간주의 라시다 틀라입 하원의원도 연설 도중 항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날 발표된 로이터통신과 입소스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이가 들면서 변덕스러워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의 89%, 공화당 지지자의 30%, 무당층의 64%가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국방 분야에서는 기술과 전략 환경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디펜스원은 유럽연합의 신규 법률과 재무장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방위 기술 중심이 유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4주년을 맞아 러시아 국내총생산 성장 둔화, 러시아군의 느린 진격 속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따른 재정 부담 변화 등을 담은 10개 통계를 공개했다.

공군 분야에서는 전술 인공지능의 실전 적용도 시험되고 있다. 디펜스원은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시험비행 중이던 실험용 전투기가 지대공 미사일 접근 경보를 수신하자, 기내 인공지능이 조종사의 직접 통제 없이 자동으로 회피 기동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국정연설 종료 후 J.D. 밴스 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 사진: 미 백악관 공식 계정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과 의원들의 항의, 여론의 부정적 반응 속에서도, 국방과 전략 분야에서는 실제로 중요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재무장과 신규 방위 법률을 통해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 강화는 관련 연구·개발, 첨단 무기와 전술 인공지능 실험, 시험과 생산 시설을 유럽 중심으로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전략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러시아와의 군사·경제 상황과 맞물려 국방·기술 분야에서 실질적 진전이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정책, 전략, 기술이 서로 연결되면서 군사력과 방위 역량의 향상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디펜스원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이러한 변화 언급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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