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글로벌 플랫폼과 손잡고 일본 시장 진출 가속화
디즈니플러스와 티빙 협력, OTT 생존 전략의 새로운 모델 제시
투자 효율성과 시장 확장 동시에 확보한 한국 콘텐츠 전략
한류 콘텐츠, 단순 수출을 넘어 글로벌 플랫폼 핵심 자산으로 부상
협력형 OTT 모델 등장… 일본 시장에서 콘텐츠 자산 가치 실험
디즈니플러스 재팬이 한국의 종합 콘텐츠 기업 CJ ENM과 손잡고,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대표 오리지널 작품을 일본에서 독점 공개한다. 이번 제휴를 통해 디즈니플러스는 일본 내에서 최대 60편에 이르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와 CJ ENM의 인기 드라마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도깨비’, ‘응답하라 1988’ 등 한국을 대표하는 명작과 함께 신작 ‘친애하는 엑스’가 오는 11월 6일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공개된다.
미국 연예 전문지 더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이번 협력은 양사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인 일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디즈니플러스 재팬은 ‘티빙 하이라이트’ 전용 메뉴를 새로 마련해 자사 대표 콘텐츠와 함께 티빙의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별도의 ‘티빙 컬렉션’ 구역을 운영해 한국의 다양한 인기 시리즈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타모쓰 히이로 월트디즈니컴퍼니 재팬 대표는 “디즈니플러스 일본 서비스 5주년을 맞아 콘텐츠 라인업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며 “CJ ENM과 티빙의 매력적인 한국 스토리텔링에 디즈니의 풍부한 콘텐츠를 결합해 세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일본에서 높은 인지도와 신뢰를 쌓아온 디즈니와의 협력은 티빙 콘텐츠를 현지 시청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기회”라며 “이번 파트너십을 발판 삼아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제휴는 디즈니플러스가 아시아 지역에서 적극 추진 중인 현지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디즈니는 ‘무빙’, ‘최악의 악’, ‘템페스트’ 등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를 비롯해 일본의 ‘간니발’, ‘트위스티드 원더랜드’ 등 현지 작품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또한 11월 12일과 13일 홍콩에서 한국과 일본의 신규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하는 대형 행사를 예고해 아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CJ ENM은 최근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와 다년간 공동 제작 계약을 체결해, 티빙 콘텐츠를 홍콩·대만·동남아 지역의 플랫폼에 함께 선보이기로 했다. 이번 디즈니플러스와의 협력도 이러한 글로벌 연대 전략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티빙은 일본 진출과 함께 공식 소셜 채널(@TVING_JP)을 개설하고, 현지 시청자들에게 최신 한국 드라마와 예능 등 K-콘텐츠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휴가 OTT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디즈니는 검증된 한국 콘텐츠를 확보함으로써 제작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현지 오리지널 경쟁력을 강화했고, 티빙은 대규모 투자 없이 일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이용자 접점을 확보했다. 이는 자본 효율성과 시장 접근성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로, 글로벌 OTT 시장이 ‘독점 경쟁’에서 ‘제휴 기반 확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 콘텐츠가 단순한 수출 상품을 넘어 플랫폼 전략과 투자 구조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결국 이번 협력은 OTT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콘텐츠 자산을 중심으로 한 투자 효율화·위험 분산형 성장 모델을 제시한 사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