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한국 정부·대기업, 26만 개 GPU로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나선다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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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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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2025-11-12 16:18

한국 정부, 엔비디아와 손잡고 주권형 AI 인프라 구축
삼성전자·SK·현대차, 5만 개 GPU 기반 AI 팩토리 가동
네이버클라우드, 6만 개 GPU로 산업 맞춤형 AI 모델 개발
LG·SK·업스테이지 등 참여, 한국어 초거대 언어모델 공동 개발
KISTI, 양자컴퓨팅·과학연구용 AI 슈퍼컴퓨터 센터 설립
스타트업 지원 위한 AI 얼라이언스 출범, 글로벌 혁신 생태계 조성

한국 정부와 주요 산업계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손잡고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26만 개가 넘는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투입해 국내 AI 생태계를 강화하고, 제조·자동차·통신 등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만나 한국의 AI 산업 발전과 글로벌 AI 강국 도약 비전을 논의하고, 삼성·SK·현대 등과 협력해 미래 산업 혁신을 추진하기로 한 내용을 공유했다 / X (구 트위터)



정부 주도 ‘주권형 AI 인프라’ 본격 가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협력의 일환으로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센터와 국내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에 엔비디아 GPU 5만 개 이상을 배치해 주권형 AI 인프라를 구축한다. NHN클라우드, 카카오, 네이버클라우드 등 국내 주요 IT기업이 참여해 국가 차원의 연산 자원을 확보하고, 공공·산업 전반의 AI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는 이제 혁신을 넘어 미래산업의 기반이 됐다”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제조 강점을 살리고,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가속 컴퓨팅 인프라는 이제 전력망이나 통신망만큼 중요하다”며 “한국은 기술과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AI 산업 혁명을 선도할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SK·현대·네이버, AI 팩토리로 산업 혁신 가속

한국의 대표 대기업들도 일제히 AI 팩토리(인공지능 공장) 구축에 착수한다. 삼성전자는 5만 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활용한 반도체용 AI 공장을 세워, 제조 공정 효율화와 지능형 제품 개발을 동시에 추진한다. 반도체 공정의 디지털 트윈(가상공정 시뮬레이션) 구현을 위해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쿠다X, 큐리소 라이브러리 등을 도입하고, 가정용 로봇 개발에도 엔비디아의 로봇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적용할 예정이다. SK그룹 역시 5만 개의 GPU를 탑재한 AI 공장을 설계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 연구개발 및 산업용 AI 클라우드 구축에 나선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RTX PRO GPU를 탑재한 산업용 클라우드를 통해 중소 제조기업과 스타트업이 디지털 트윈 및 로봇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엔비디아 및 정부와 협력해 5만 개의 블랙웰 GPU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용 통합 AI 플랫폼을 구축한다. 약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투자가 예상되며, 현대자동차그룹 물리 AI 응용센터, 엔비디아 AI 기술센터, 지역 AI 데이터센터 설립이 포함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6만 개 이상의 GPU를 도입해 포괄형 주권형 AI 인프라를 확충한다. 이를 기반으로 조선, 보안 등 산업 맞춤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국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포용적 AI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민관 협력으로 한국어 초거대 언어모델(LLM) 개발

한국 정부와 엔비디아는 주권형 언어모델(LLM) 개발에도 협력한다.
엔비디아의 네모와 네모트론 오픈 데이터셋을 활용해 한국어 기반 추론형 언어모델을 공동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SK텔레콤, NC AI, 업스테이지 등이 참여해 공공·민간 협업 모델을 구축한다. 기업과 연구자, 스타트업은 개발된 모델을 활용해 음성·추론·대화형 AI 에이전트 등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된다. LG는 엔비디아와 함께 물리 AI 기술 생태계 확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자사의 AI 모델 ‘엑사원’을 의료, 제조,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중이다.

양자컴퓨팅·과학연구 협력도 확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엔비디아와 함께 ‘AI·양자컴퓨팅 연구센터’를 설립해 차세대 슈퍼컴퓨터 ‘한강’을 중심으로 양자연산 연구를 진행한다. KISTI는 엔비디아의 NVQ링크와 CUDA-Q 플랫폼을 활용해 양자 프로세서와 GPU 슈퍼컴퓨터를 연결하는 개방형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고, 양자 오류 정정·물리기반 AI 연구를 위한 피직스네모(PhysicsNeMo) 프레임워크도 도입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육성 위한 ‘AI 얼라이언스’ 출범

엔비디아와 한국 정부, 주요 투자사들은 국내 AI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AI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킨다. 참여 기업은 엔비디아의 ‘인셉션’ 프로그램을 통해 GPU 클라우드 자원과 기술 지원을 제공받으며,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SBVA 등 벤처캐피털이 공동 투자에 나선다. 또한 엔비디아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해 ‘N-업 AI 창업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에도 참여, 차세대 AI 스타트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AI는 새로운 수출품… 한국, 글로벌 혁신의 심장으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한국은 조선,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제조 강국이었다”며 “이제는 ‘지능’을 새로운 수출품으로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발표되었으며, 한국의 AI 인프라 확충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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