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 소수 대형 고객에 집중...엔비디아 매출 40%가 두 곳에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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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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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2025-11-06 19:32

엔비디아, 고객 집중도 심화…매출 40%가 두 곳에 의존

AI 인프라 투자 ‘빅테크’ 지출에 달린 성패

오라클, 오픈AI와 3,000억 달러 초대형 계약

오픈AI의 재무 체력과 성장 목표에 쏠린 의문

AI 붐, 경제 성장 버팀목에서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최근 엔비디아 와 오라클 등 AI 공급망 핵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AI 붐이 극소수 대기업들의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엔비디아, 고객 집중도 심화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최근 규제 공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매출의 약 40%가 단 두 곳의 직접 고객으로부터 발생했다. ‘고객 A’는 전체 매출의 23%, ‘고객 B’는 16%를 차지했다.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이 수치가 실제 최종 수요처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엔비디아의 직접 고객은 대부분 대형 유통사나 시스템 통합업체로, 이들이 엔비디아 제품을 패키징해 클라우드 기업이나 소프트웨어 업체 등 최종 사용자에게 판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비디아 역시 자사의 성과가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인정한다.

​호스팅어드바이스의 데이터센터 애널리스트 빌 클레이먼은 “엔비디아의 매출은 ‘풍요와 기근’ 사이를 오가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들의 클라우드 인프라 지출에 점점 더 밀접히 연동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라클, 오픈AI와 3천억 달러 계약에 쏠린 기대와 위험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은 최근 분기에서 3,200억 달러(약 449조 8천억 원) 규모의 백로그(계약 잔고)를 보고했다. 이 가운데 거의 대부분은 오픈AI 와 체결한 5년간 3,000억 달러(약 421조 7천억 원)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 계약이 실제 매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픈AI가 아키텍처 변경, 클라우드 사업자 교체, 분산 배치 전략 전환 등을 단행할 경우 계약 규모는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픈AI 자체의 재무적 체력이 문제로 꼽힌다. 올해 7월 오픈AI의 연간 반복 매출은 120억 달러(약 16조 9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2029년까지 1,250억 달러(약 175조 7천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공격적인 목표 달성 여부는 AI 모델을 활용한 수익 창출 능력에 달려 있다. 막대한 자금 소요로 인해 향후 수년간 지속적인 투자 유치 없이는 계약 이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 미칠 파장

AI 붐은 지난 수년간 고금리·고물가 국면 속에서도 미국 증시와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극소수 대형 기업의 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가 흔들릴 경우, AI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약화되고 증시와 경제 성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카시 CEO 그렉 오수리는 “AI가 월가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경기 불안이 겹칠 경우, 지금처럼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