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 주식자금 1102억달러 순유출…원화로 약 165조5000억원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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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7-17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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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제비즈니스
2026-07-18 2:21

AI 투자 경계감에 주식서만 1102억달러 순유출
채권은 WGBI 편입 효과로 92억8000만달러 순유입

자료: 한국은행 / 그래픽: 유스풀피디아

올해 상반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빼낸 자금이 1,1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경계감과 국내 주가 상승 이후의 보유 비중 조정이 겹치면서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됐지만 주식 매도 규모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6년 6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총 1,009억3,000만달러(약 151조5,000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순유출은 외국인이 국내 자산을 매도한 뒤 원화를 달러 등 외화로 환전해 해외로 반출한 자금이고, 순유입은 해외에서 들여온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국내 자산에 투자한 것을 뜻한다. 주식자금은 1,102억1,000만달러(약 165조5,000억원)가 빠져나가며 상반기 자금 이탈을 주도했고, 채권자금은 92억8,000만달러(약 13조9,000억원) 순유입돼 일부 유출을 상쇄했다.

이는 5월까지 약 108조원 순유출에서 6월 한 달 동안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며 상반기 누적 순유출 규모가 약 151조5,000억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1월 23억9,000만달러 순유입으로 출발했지만 2월 77억6,000만달러 순유출로 돌아섰다. 3월에는 365억5,000만달러가 빠져나가 상반기 중 가장 큰 순유출을 기록했고, 4월에도 21억3,000만달러, 5월 261억5,000만달러, 6월 307억2,000만달러가 각각 순유출됐다.

특히 6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빼낸 자금은 307억2,000만달러였다. 6월 말 환율인 달러당 1549.4원을 적용하면 약 47조6,000억원 규모다. 주식자금이 323억7,000만달러, 약 50조2,000억원 순유출된 반면 채권자금은 16억5,000만달러, 약 2조6,000억원 순유입되면서 전체 순유출액을 일부 줄였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AI 투자와 관련한 경계감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그동안 국내 주가가 오른 데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 비중 조정(리밸런싱)이 주식자금 순유출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스피는 6월 말 8,476.48에서 7월 10일 7,475.94까지 11.8% 하락했다. 이후에도 낙폭과 반등이 반복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져 7월 15일 6.2% 급등한 뒤 16일에는 6.37% 급락하는 등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채권자금은 주식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1월 24억4,000만달러, 2월 57억4,000만달러가 순유입됐고, 3월에는 67억7,000만달러 순유출로 전환했다. 이후 4월 5억5,000만달러, 5월 56억8,000만달러, 6월 16억5,000만달러가 다시 순유입되면서 상반기 누적으로는 92억8,000만달러 순유입을 유지했다.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확대가 견인했다. 국고채의 WGBI 편입 비중은 4월 0.22%, 5월 0.46%, 6월 0.67%로 단계적으로 높아졌으며, 국고채 만기 도래에도 지수 편입에 대응한 투자 수요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채권자금은 순유입 기조를 유지했다.

대규모 주식자금 유출은 외환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5월 말 1507.9원에서 6월 말 1549.4원까지 41.5원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외국인의 주식자금 이탈과 대외 불확실성이 원화 약세를 이끈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7월 들어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달러화 강세가 완화된 데다, SK하이닉스 ADR 발행에 따른 대규모 외화 유입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외국인 주식 매도세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원화 강세가 이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16일 1486.5원까지 하락했다.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갔지만 국내 은행의 외화 조달 여건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6월 중 단기 대외차입 가산금리는 5월 24bp에서 25bp로 1bp 상승하는 데 그쳤고, 중장기 가산금리는 44bp에서 37bp로 7bp 하락했다. 외화채 5년물 CDS 프리미엄도 25bp에서 23bp로 낮아졌다.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거셌지만 국가 신용위험과 금융기관의 외화 조달 비용은 낮은 수준을 유지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