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악의 화재 참사…사망자 159명으로 늘어
정부 “외부 세력의 정치적 악용” 강력 경고
가연성 자재·비계 구조가 불길 확산 키워 논란
경찰, 관계자 대거 체포…책임 규명 공방 격화
추모 행렬 이어지는 가운데 조사 방식 놓고도 비판







홍콩 정부와 중국 중앙정부가 최근 발생한 타이포 왕훅코트 아파트 대형 화재 참사를 두고 “외부 세력이 비극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구조 당국은 현재까지 사망자 159명을 공식 확인했으며, 이는 홍콩에서 75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재난이자, 1980년 이후 전 세계 주거용 건물 화재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경찰은 확인된 시신 159구 중 140구의 신원을 특정했으며, 나머지 19구에 대한 신원 감식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실종자 31명이 남아 있어 사망자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는다.
이번 화재는 약 5천 명이 거주하는 8개 동 규모의 대단지에서 발생했다. 대규모 보수 공사 과정에서 사용된 가연성 자재가 불길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불은 외벽을 따라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보호막, 스티로폼 자재를 타고 번개처럼 확산하며 건물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홍콩 개발국은 동일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 유지보수가 진행 중인 모든 건물에 대해 오는 토요일까지 비계 보호망 철거를 명령했다. 현지 언론은 약 200개 건물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은 화재경보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 등을 중대 과실로 판단하고 관계자 15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으며, 추가로 6명을 별도 혐의로 입건했다.
한편 홍콩 정부와 중국 정부는 이번 참사를 둘러싼 온라인 비판 여론을 ‘정치적 선동’으로 규정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2019년 민주화 시위 이후 홍콩 당국은 국가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비판 활동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최근 화재 대응을 비판하는 청원이 등장하자, 관련해 최소 3명이 국가안보법 위반 혐의로 연행되었고, 이 중에는 피해자 지원책 마련을 요구한 대학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수색은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구조대는 추가 수색 과정에서 사람의 뼈로 추정되는 잔해를 발견했으며, 정밀 감식을 통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화재 현장 인근 공원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원 곳곳에는 수백 건의 조화와 추모 메시지가 쌓여가고 있으며, 생후 1년 유아부터 97세 고령자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희생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시민들의 슬픔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특히 주민과 시민단체는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종이학을 접어 그물 형태의 구조물에 걸어 전시하고 있는데, 이는 “평안과 치유, 다시 일어설 힘”을 기원하는 상징적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약 2천9백여 명의 피해 주민들은 임시 거처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홍콩 사회복지 및 정신건강 당국은 대규모 재난 이후 주민들에게 외상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안내문을 배포하며, 사고 장면의 반복적 침투 기억·수면 장애·불안·우울 등 증상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경우 전문 기관의 도움을 요청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주요 상담 핫라인과 지원 서비스 역시 지역사회에 공식적으로 공지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