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지리적 권력’이 수익 구조로 전환되는 순간
하루 150척 오가던 해협… 전쟁 이후 급격히 위축된 물류 흐름
막힌 동맥처럼 위축된 글로벌 에너지 물류 통로
통행료 모델이 열어가는 새로운 해협 경제의 가능성
달러 질서 흔드는 위안화 확산과 에너지 결제의 변화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이 향후 이란에 상당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분석 칼럼에 따르면, 해협을 중심으로 한 통제 구조가 구축될 경우 연간 약 1,100억~1,200억 달러 규모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며, 장기적으로는 최대 약 4,900억 달러 수준의 경제적 가치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분석의 전제에는 해협이 가진 전략적 중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경로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서 대체가 쉽지 않은 지점이다. 따라서 이곳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은 단순한 지역 영향력을 넘어 세계 에너지 시장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구성만 보더라도 그 중요성은 분명히 드러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쟁 초기인 2월 28일부터 3월 31일까지 약 한 달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총 292척이었다. 이 가운데 밸러스트 상태 선박이 147척으로 가장 많았으며, 원유 유조선 43척, 건화물 벌크선 38척, 석유 제품 운반선 32척, 액화석유가스 운반선 20척, 메탄올 운반선 5척 등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컨테이너선, 화학제품 운반선, 바이오연료 운반선, 에틸렌 운반선 등 다양한 종류의 선박이 통과하면서, 이 해역이 단일 자원이 아닌, 글로벌 물류의 ‘생명선’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전쟁의 영향으로 그 흐름이 크게 위축되며, 현재는 마치 맥박이 느려진 상태처럼 제한적으로만 작동하고 있다.
만약 이란이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게 된다면, 가장 직접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원은 통행료다. 선박의 크기와 화물의 가치, 그리고 협상 조건에 따라 차등적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적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 일부 선박에는 약 200만 달러 수준의 통행료가 부과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전쟁 이전 하루 약 150척 수준의 통과량에 적용해 보면, 연간 약 1,100억 달러 규모의 수익이 가능하다는 추정이 도출된다. 이는 단순한 고정 요금이 아니라, 물류 흐름 자체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존의 과세 체계와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변화는 에너지 시장에도 직접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전쟁 이전 기준으로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동하고 있었으며, 일부 물량은 우회가 가능하더라도 상당 부분은 여전히 이 경로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해협이 제한되거나 불안정해질 경우 공급 차질과 운송 비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국제 유가가 크게 변동할 수 있다. 반대로 해협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공급이 정상화되며 유가는 일정 수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해협의 통제 여부는 에너지 가격과 글로벌 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한편, 이러한 상황은 산유국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해협 통제 또는 긴장 고조는 원유와 LNG의 수송 비용 증가 및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 결과 걸프 지역 국가들의 에너지 판매 이익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분석에서는 에너지 부문에서만 연간 약 2,000억 달러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LNG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손실 규모는 약 2,5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란은 통행료 수익을 통해 상당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고, 협상 전략에 따라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할 여지도 존재한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부분은 금융 질서의 변화 가능성이다. 최근 국제 사회에서는 위안화 기반 결제 확대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도입 논의가 함께 진행되면서, 기존의 달러 중심 결제 구조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에너지 거래에서 달러를 거치지 않는 결제 방식이 확대될 경우, 국제 금융 시스템의 중심축이 일부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금융기관들은 이번 사태를 위안화 기반 에너지 거래 확대의 촉매로 평가하기도 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상황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나 지역 분쟁을 넘어, 에너지 공급망과 금융 시스템, 그리고 주요 산유국들의 전략 변화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은 해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송유관과 같은 대체 인프라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전환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도기 동안 해협의 통제권은 국가 간 힘의 균형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