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은 안정, 환율은 불안…엇갈린 시장 신호
CDS는 잠잠한데 원화만 흔들리는 이유
쌓인 유동성, 빠른 이동…환율 변동성 키운다
위험은 아니지만 부담은 커진 통화 환경
금리 이후의 변수, 통화 총량과 자금 흐름

① 원·달러 환율 급등에 수입물가 5개월 연속 상승, 19개월 만에 최대폭 기록 (2025.12.12)
② 환율은 뛰는데 CDS는 잠잠…시장은 한국을 ‘변동성’으로 본다 (2025.12.16)
③ 팬데믹 이후 한 번도 줄지 않은 통화…시장에 쌓이는 ‘M2의 무게’ (2025.12.18)
환율이 먼저 움직였다. 신용 지표는 안정적이지만, 원·달러 환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훌쩍 넘어 1470원대 후반까지 올라섰다. 위기 국면에서 나타나는 급격한 자본 이탈이나 금융 경색의 신호는 뚜렷하지 않지만, 시장 가격은 이미 구조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앞선 분석에서 확인했듯, 한국의 신용 지표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통화는 팬데믹 이후 한 번도 축소 국면에 들어서지 않았다. 문제는 이 두 조건이 동시에 존재할 때, 시장의 가격이 어디에서 먼저 반응하느냐는 점이다.
환율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가장 빠르게 반영되는 지표다. 국내 금융 시스템에 누적된 유동성은 위기 국면에서는 완충 역할을 하지만, 정상화 국면이 지연될 경우 자금은 더 높은 수익률이나 안전성을 찾는 방향으로 이동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해외 투자 확대, 달러 선호, 환 헤지 수요가 맞물리며 외환 수급의 미세한 불균형이 환율 변동성으로 증폭된다.
통화가 회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만 높아진 환경은, 자금이 국내 실물 투자보다 해외 금융 자산이나 달러 자산을 선택하기 쉬운 구조를 만든다. 환율 상승이 곧바로 금융 불안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누적된 유동성이 머무를 ‘출구’를 찾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는 이유다.


최근 정부가 선물환포지션 규제 완화, 외화유동성 규제의 탄력적 적용 등 외환시장 안정 조치를 잇따라 내놓은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외환당국의 대응은 단기적인 급변동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시장에서는 환율의 방향성을 단기간에 되돌리기보다는 변동성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환율을 단순히 수급이나 심리 변수로만 보기보다, 팬데믹 이후 누적된 유동성이 어떤 경로로 분산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신용 지표가 안정적인 상태에서 환율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현재의 변동성이 위기 신호라기보다 구조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격 조정 국면에 가깝다는 평가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환율 변동성은 자산 시장과 실물 경제로 파급될 수 있다. 누적된 유동성이 생산적 투자로 흡수되지 못한 채 해외 자산과 환율로 쏠릴 경우, 가격 변동성은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환율은 지금, 한국 금융시장에서 위험이 아니라 유동성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창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