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서 선박 2척 나포…미국과 해상 긴장 격화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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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4-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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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026-04-24 3:37

미군의 이란 선박 나포 사흘 만에 ‘보복’ 조치
약 40명 다국적 선원 억류…“안전하지만 이동 제한”
국제 유가 급등…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 확산

이란 혁명수비대 무장 병력이 MSC 선박을 장악하는 장면 / 사진: 이란 국영방송 캡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나포한 컨테이너선 2척을 자국 항구로 이동시키면서, 선원들의 안전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22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서 세계 최대 해운사 MSC가 운영하거나 용선한 컨테이너선 2척을 나포했으며, 해당 선박들은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사흘 전 미군이 이란 국적 화물선을 나포한 데 대한 보복 성격으로 해석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선박에는 약 40명의 선원이 승선해 있으며, 우크라이나·필리핀·크로아티아·몬테네그로 국적 선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원의 가족은 로이터에 “무장한 이란 병력 약 20명이 선박에 진입했으며 현재 선원들의 이동은 제한돼 있지만 대우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라고 전했다.

몬테네그로 해양부 장관은 국영 방송을 통해 “선박은 이란 해안에서 약 16km 떨어진 곳에 정박해 있으며, 선원들은 안전한 상태”라고 밝혔고, 현재 선사와 이란 당국 간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크로아티아 정부 역시 자국 선원 2명이 해당 선박에 탑승해 있다고 확인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선박인 ‘에파미논다스’호에는 우크라이나인과 필리핀인으로 구성된 21명의 선원이 탑승하고 있으며, 인도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전했다. 현재까지 두 선박 모두에서 선원들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각국 정부는 추가 정보를 확보하고 석방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 는 봉쇄를 위반하려던 이란 국적 화물선에 해병대를 투입해 선박을 나포한 뒤, 컨테이너 화물을 수색하며 아라비아해 일대에서 순찰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 사진: 미 중부 사령부 X(구 트위터)


이번 사건은 최근 미국과 이란 간 해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발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19일 이란 국적 화물선을 향해 사격한 뒤 나포했으며, 이에 대해 이란 측은 “미군의 해적 행위에 대해 곧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미국은 이란 관련 선박을 대상으로 해상 봉쇄를 강화했고, 미 중부사령부는 최소 31척의 선박이 항로 변경 또는 회항 조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긴장 고조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로로, 이번 사태 이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이는 지난 2월 말 분쟁 이전 약 70달러 수준에서 크게 상승한 것이다.

로이터는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일부가 봉쇄를 피해 해협을 통과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전하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해상 물류와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