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가 촉발한 충격… 알루미늄에서 황·구리로 번지는 연쇄 위기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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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4-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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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2026-04-04 6:41

호르무즈 봉쇄에 막힌 황, 세계 산업 보이지 않는 공급망 흔든다
황산이 멈추면 구리가 멈춘다… 금속 생산 체계 연쇄 충격
중동 의존도 높은 황 공급 구조, 니켈·구리 산업 직격탄
재고는 1~2개월뿐… 아프리카·아시아 광산 생산 차질 현실화
에너지 넘어 원소 단위 충격… 전력·반도체·국방까지 확산

황 원소 시료 모습 / 사진: Ben Mills·wikimedia

중동 지역 분쟁이 단순한 석유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산업 구조를 흔드는 ‘황 공급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는 해외 보도가 나오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에너지 가격 상승보다 더 심각한 충격이 보이지 않는 공급망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 및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해상 황 거래량의 약 45~5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황은 걸프 지역의 석유와 가스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정제시설이 가동될수록 황이 축적되고 이를 선적해 전 세계로 공급한다. 이 황은 다시 황산으로 가공돼 글로벌 산업 전반에 투입된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중동은 지난해 전 세계 황 생산량 8,387만 톤 중 약 24%를 차지했다.

특히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 인도네시아, 칠레 등 주요 구리 생산국에서는 황산을 이용한 ‘침출 공정’이 핵심 생산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 과정은 산을 광석에 뿌려 구리 성분을 용해시키고, 최종적으로 순도 99.99%의 구리 전극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약 20~25%가 이처럼 황산에 의존하는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전 세계 니켈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황의 약 75%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니켈은 주로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사용된다.

문제는 구리 1톤을 생산하는 데 약 3~3.5톤의 황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황산의 원료인 황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공급된다. 현재 해협이 봉쇄되면서 이 공급망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라는 것이 외신의 분석이다. 현지 니켈 정련소의 황 재고는 평균 1~2개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고압산침출 방식 공장의 경우 황 비용이 이미 전체 운영비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이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그래픽: 유스풀피디아


실제로 2월 23일 이후 황 가격은 1.73배(73% 급등) 상승했으며, 이는 해당 원자재 시장에서 사상 최대 상승 폭으로 평가된다. 반면 구리 가격은 경기 둔화 우려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광산 기업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 구리 생산업체들은 생산 비용은 급등하는 반면 판매 가격은 하락하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약 90만 톤의 황 재고가 창고에 보관돼 있지만 수 주 내 소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지난해 구리 생산을 위해 약 130만~140만 톤의 황을 수입했으며, 이 역시 대부분 중동에서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은 산업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다. 구리는 전투기 제어 시스템, 병원 장비,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 등 거의 모든 전기·전자 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동시에 대규모 국방 지출과 인공지능 산업 확장으로 전력 및 데이터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면서 구리 수요는 오히려 확대되는 상황이다.

한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제벨알리 항만을 통해 매달 약 4만 톤의 구리 전극이 유통돼 왔으나, 현재는 해당 물량의 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걸프 지역 해상 운송 보험료가 크게 상승했으며, 항만 창고에 보관된 구리 물량 상당수도 출하되지 못한 채 묶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앞서 보도를 통해 이번 사태의 핵심이 ‘보이지 않는 공급망’에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황과 황산은 일반 투자자나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실제로는 구리 생산과 전력 인프라, 건설, 반도체 패키징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해협 봉쇄는 황뿐 아니라 헬륨, 나프타, 요소, 액화천연가스 등 다양한 자원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각은 반도체 냉각, 석유화학, 비료, 발전 등 서로 다른 산업과 연결돼 있으며, 결국 전 세계 경제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되는 구조다.

이 매체는 이번 분쟁이 단순한 에너지 가격 문제가 아니라, 원소 단위에서 연결된 산업 구조 전반을 재편하는 위기라고 평가했다. 특히 황에서 시작된 공급 차질이 황산과 구리, 전력 인프라로 이어지는 연쇄 구조 속에서 핵심 자원의 가격 체계가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는 알루미늄 등 일부 금속에서 이미 공급 차질이 현실화된 가운데, 황을 통한 구리 공급망까지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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