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엔 황금관 시진핑엔 바둑판 이재명式 선물 외교 정책보다 상징으로… 마음을 연 외교의 기술 천년의 금관에서 김 스낵까지, 선물이 전한 외교 메시지 심리 읽고 상징 더한 맞춤형 외교 전략 말보다 오래 남는 외교의 언어, ‘선물’
미 백악관 트위터 ( 2025.10.30)
국제 외교 무대에서 선물은 단순한 예의의 표시를 넘어, 메시지를 담은 상징이 된다. 잘 고른 선물 하나는 냉랭한 분위기를 녹이고, 긴장을 완화하며, 협상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올해 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선물 외교’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천년왕국 신라의 황금관 모형부터 자개 트레이까지 이번 회담에서 선물은 정책 못지않게 의미심장한 외교 수단으로 부각됐다.
트럼프에 ‘신라 황금관’… “심리적 열쇠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대 신라 왕관을 본뜬 금관과 최고 등급의 무궁화대훈장을 선물했다. 가장 눈길을 끈 선물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신라 금관 모형이었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황금관을 본뜬 이 선물은 한국 고대 예술과 권위를 상징한다. 외교사 연구자인 기도 판 미어스버헨 교수는 “외교 선물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관계를 결속시키는 사회적 매개체”라며 “국가 지도자들은 선물을 통해 심리적 메시지와 상징을 교환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점에서 이번 금관 선물은 트럼프의 자존심과 권위에 맞춘 전략적 제스처로 볼 수 있다. 이전 한미정상회담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던 것과 달리, 이번 APEC 회동에서는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선물을 통해 상대의 심리를 읽고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회담의 긍정적 분위기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백악관 트위터 ( 2025.10.30)
한편, 행사 관련 일부 티셔츠에는 내버 서렌더(NEVER SURRENDER -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결의와 상징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선물과 티셔츠는 장기간 교착 상태였던 한미 무역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답례로 워싱턴 내셔널스 루키 선수 조이 크라우스의 친필 사인이 담긴 야구방망이를 선물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의 황금관이 1,500년 역사를 상징한다면, 트럼프의 방망이는 상대적으로 개인적이고 가벼운 의미를 갖는다”며 “한미 관계에서 선물의 상징적 가치가 항상 대칭적이지는 않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시진핑에는 ‘바둑판’… “균형과 전략의 상징”
11년 만에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본비자 나무로 만든 바둑판과 한국 전통 문양을 새긴 받침대가 선물됐다. 고급 수종으로 제작된 이 바둑판은 한중 양국이 공유해 온 문화와 사유의 깊이를 상징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정상 모두 바둑을 즐기며, 바둑은 인내와 균형의 미학을 상징한다”며 “흑백의 돌처럼 한중 관계도 균형 속에서 조화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고려시대부터 전해지는 자개 기법으로 만든 쟁반을 함께 선물했다. 전복 껍질의 빛깔이 한중 간 오래된 인연을 비춘다는 상징을 담았다고 한다.이에 대해 시 주석은 전통적인 비단과 차 대신, 샤오미 스마트폰 두 대를 선물했다. 중국의 기술 자립과 현대화를 강조하는 제스처였다. 이 대통령이 “보안은 괜찮습니까?”라며 웃으며 답하자 현장은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술 신뢰를 상징하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영국 워릭대학의 외교사 연구자인 기도 판 미어스버헨 교수는 “외교 선물은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관계를 결속시키는 사회적 매개체”라며, “국가 지도자들은 선물을 통해 기술력, 문화, 신뢰를 상징적으로 교환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새 총리엔 ‘가벼운 유머’로
일본의 새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에게는 한국산 김 스낵과 스킨케어 제품이 전달됐다. 진지한 정책 외교 속에서도 유머와 친근함을 잃지 않겠다는 신호였다. 국제 의전 전문가인 한스 몬로드 드 프로이데빌 과 마크 버뢸은 “정상 간 선물은 그 가치보다 의미가 중요하며, 상대국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처럼 이재명 대통령의 ‘선물 외교’는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심리와 상징을 활용한 전략 외교의 한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선물은 말보다 오래 남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