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과 투자, 60년간 신뢰 기반 축적
서비스형 이동 플랫폼, 공동 기술로 교통 혁신 선도
차세대 반도체, 설계-제조 연계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바이오 산업, 상호 인증과 R&D 연계로 글로벌 시장 진출
핵심 광물·에너지, 안정적 공급망 확보와 공동 개발 확대

2025년은 한·일 양국이 수교 60주년을 맞은 해였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 이후, 한국과 일본은 경제, 산업, 기술, 인적 교류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이어오며 동아시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양국 간 교역 규모는 1965년 2억 달러에서 2024년 772억 달러로 352배 증가했으며, 무역 구조 또한 과거 한국이 원자재와 경공업 제품을 수출하고 일본으로부터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입하는 수직적 분업 구조에서 IT와 중화학 산업 중심의 수평적 상호 교역 구조로 전환되었다.
투자 분야에서도 양국의 경제협력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대일 직접투자는 2018년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후 5년 연속 이 수준을 유지했다. 일본의 한국 투자 역시 2024년에 1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9.5%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이러한 수치는 양국 기업들이 서로의 시장과 안정적인 거래 기반을 전략적 가치로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국제무역협회의(국제표준연속간행물번호:ISSN 2093-3118)조사에 따르면, 양국 기업들은 협력 관계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향후 협력 확대 의지도 강하게 나타났다. 한국 기업의 66.2%, 일본 기업의 75.5%가 상대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향후 5년간 협력 유지 또는 확대 의사를 밝힌 비율은 각각 94.5%, 95.9%에 달했다. 이는 양국 기업이 신뢰 기반 장기 거래와 상호 시장 접근성을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한국의 대일 수출은 의류, 수산물 등 소비재와 경공업 제품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철강 등 중간재와 IT·중화학 제품 중심으로 전환됐다. 수출의 77.5%가 중간재이며, 소비재는 12.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주로 시스템 반도체와 장비, 광학·개별 부품 등 중간재와 자본재로 구성, 양국 간 동종 산업 간 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 측면에서도 한·일 협력은 안정적 거래와 시장 접근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일본 시장 진출과 장기적 신뢰 기반 거래를 위해 협력을 확대하려 하며, 일본 기업들 역시 한국 시장 진입, 기술 신뢰, 제품 품질을 이유로 협력 확대 의사를 보였다. 정부 정책 측면에서는 자재·부품·장비 안정적 공급망 협력, 온라인·오프라인 기업 매칭 확대, 투자 세제 지원 등 맞춤형 지원이 요구된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향후 한·일 경제협력은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전략적 협력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모빌리티: 서비스형 이동을 통한 교통 혁신
한국과 일본은 서비스형 이동 분야에서 강점을 상호 보완할 수 있다. 한국은 디지털화된 전국 대중교통 인프라와 교통 빅데이터 활용 경험을 바탕으로 플랫폼 도입 준비가 잘 되어 있다. 일본은 대규모 교통사업 운영 경험과 정부 주도의 실증 프로젝트를 갖추고 있어, 양국 기업이 기술 협력과 시범사업을 통해 차세대 플랫폼을 공동 개발할 수 있다.
양국이 공동으로 기술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한국의 ICT 기반 데이터 분석력과 일본의 대규모 운송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상호 운용 가능한 교통 데이터 및 결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관광, 의료, 쇼핑 등 일상 서비스와 연계해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인구 고령화와 지역 쇠퇴 등 공통 과제를 해결하는 모델 개발은 양국 기업의 장기적 협력 기회를 넓히는 전략적 사례가 될 전망이다.
차세대 반도체: 설계-제조 연계와 R&D 협력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제조 분야에서는 미국과 대만에 비해 상대적 열위가 있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보유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설계·제조 능력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양국은 공동 R&D 플랫폼을 구축하고, 중소기업 중심 설계-제조 연계 공급망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대만 모델을 벤치마킹해 대학·연구기관·기업 참여 공개 R&D 플랫폼을 운영하면 전문 인력 양성과 기술 공유가 가능하다. 장기적 연구개발 지원과 설계 인력 육성 프로그램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핵심 전략으로 평가된다.
바이오 산업: R&D-임상-상업화 연계와 상호 인증
한국은 상용화 기술과 스타트업 중심의 역량이 강점이며, 일본은 기초 연구와 규제 완화 환경에서 강점을 가진다. 양국은 상호 보완적 구조를 활용해 R&D부터 임상, 상업화까지 연계되는 공동 바이오 클러스터를 운영할 수 있다.
상호 인증을 통한 임상 데이터 공유와 안전성 평가 시스템 구축은 제품 개발 비용과 위험을 분담하고, 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동시 진출할 기반이 된다.
핵심 광물·에너지: 안정적 공급망과 통합 솔루션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 및 핵심 광물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단일 국가 의존도는 공급망 리스크를 증가시키며, 양국은 상호 보완적 투자와 공동 개발을 통해 이를 관리하고 있다.
양국 기업은 이미 칠레, 브라질, 인도네시아, 호주 등 제3국에서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 중이며, LNG, 수소, 암모니아 등 신규 에너지 사업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정책 대화와 공공-민간 컨소시엄 구축은 제3국 시장 공동 진출과 대체 에너지 공급망 선점 전략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미래 시장 가능성
한·일 경제 협의체가 활성화될 경우, 한국 5,100만 명과 일본 1억 2,400만 명, 총 1억 7,500만 명의 인구와 약 7조 달러 규모의 명목 GDP를 기반으로 새로운 공동 생산·소비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한국 단독으로는 약 5,100만 명과 2조 달러 규모, 일본 단독으로는 1억 2,400만 명과 5조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지만, 양국이 협력하면 단독 대비 시장 규모 격차가 크게 줄어 전략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경제 영역이 구축된다. 이 시장 규모는 유럽연합 27개국(인구 4억 4,700만 명, 명목 GDP 17조 달러)과 비교할 때 약 41% 수준으로, 동아시아 내에서 실질적 의미를 지닌 공동 시장 형성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리적 인접성으로 일일 왕복이 가능하며, 단순한 교역 확대를 넘어 양국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전략적 협력과 상호 시장 접근의 실질적 기회를 제공하는 잠재적 경제권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