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뛰는데 CDS는 잠잠…시장은 한국을 ‘변동성’으로 본다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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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제비즈니스
2025-12-16 10:59

원화 약세 지속에도 국가 신용 위험은 ‘무풍지대’
환율 불안과 CDS 안정, 시장의 엇갈린 신호
달러 강세는 반영됐지만 디폴트 우려는 빠졌다
오라클 CDS 급등과 대비되는 한국 신용시장
외환시장은 흔들려도 신용시장은 한국을 신뢰

출처 : (세계 정부채권 정보 사이트) 2008년 10월 리먼 파산 직후에는 글로벌 달러 패닉으로 한국 CDS가 급등했고, 2011년 9월에는 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국가 신용 위험이 재평가됐다. 반면 2025년 12월 현재 한국 5년물 CDS는 22bp 수준으로, 달러 강세 국면에서도 한국의 국가 신용이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시장의 판단을 반영하고 있다. (2007년 12월 17일 ~ 2025년 12월 15일 ) / 그래픽 편집및 구성 : 유스풀피디아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유지하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금리 고점 장기화와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도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 모습이다.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원화 약세는 한국 고유의 경제 문제라기보다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달러 자산으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전반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와 위안화 역시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며 달러 강세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은 한국의 국가 신용 위험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세계 정부채권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한국 5년물 CDS 프리미엄은 15일 기준 22.22bp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 환율이 상승 국면에 있음에도 CDS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원화 약세가 국가 재정이나 디폴트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장이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CDS는 환율과 달리 국가나 기업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신용 지표다. 시장에서는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가 부채의 대부분이 원화 표시로 구성돼 있어 환율 상승이 즉각적인 외채 상환 부담으로 전이되지 않는 구조라는 평가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오라클 CDS가 급등하며 AI 투자 리스크의 바로미터로 떠오른 상황과도 대비된다. 오라클은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로 부채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CDS 프리미엄이 급등했고, 시장에서는 이를 ‘AI 붐 보험’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한국 CDS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며 역사적 저점권에 머물러 있다.

금융권에서는 “환율 변동성과 국가 신용 위험을 시장이 명확히 구분해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환율은 글로벌 달러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CDS가 조용하다는 것은 한국을 구조적인 신용 리스크 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율 불안이 금융 부문으로 전이될 경우 CDS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화 유동성 경색이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환율 문제가 신용 위험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CDS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판단을 보여준다. 외환시장은 흔들리고 있지만, 신용 시장은 한국의 펀더멘털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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