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8% 급락, 외국인 2조 매도·미 증시 충격 겹쳐 대형주 동반 약세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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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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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글로벌증시
2025-11-14 20:17

코스피 외국인 매도에 4천선 위협
미 증시 급락에 반도체 대형주 직격탄
AI 거품론 재부각으로 투자심리 위축
금리 인하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 불안
조선주 한미 무역합의 호재에 반등
원달러 환율 장중 1470원대 상승 후 안정

엔비디아와 오픈AI가 협력해 AI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두 회사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AI 활용 사례를 확대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오픈AI 샘 올트먼 CEO는 “이 속도와 규모로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는 엔비디아뿐”이라고 강조했다 / 엔비디아 공식 트위터 (X)

뉴욕 증시 급락과 AI 거품론, 금리 불확실성에 투자심리 급냉


14일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와 미국 증시의 급락 영향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며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9.06포인트(3.81%) 하락한 4,011.57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은 20.47포인트(2.23%) 떨어진 897.90으로 장을 마쳤다.

이번 급락은 단순한 국내 요인보다는 미국 증시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65% 하락한 47,457.22, S&P500은 1.66% 내린 6,737.49, 나스닥은 2.29% 떨어진 22,870.36으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하락이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차익 매도세가 확대됐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가 3~7%가량 급락하면서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차익 매물이 집중됐다.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이 2조 3,575억 원 순매도로 하락장을 주도했고, 기관도 9,002억 원 순매도로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개인은 3조 2,336억 원을 순매수하며 낙폭을 일부 방어했으나, 전체적인 지수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이 3,822억 원을 순매수하며 대응했으나,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가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대형주와 업종별 동향

이날 코스피 하락은 대형주 중심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5.45% 하락한 9만 7,200원, SK하이닉스는 8.50% 급락해 56만 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10만 전자’라는 상징적 가격대를 내주었다. 반도체 업종은 전날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3.72% 하락한 여파를 그대로 반영했다.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은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 과대계상 논란, 일본 키옥시아 실적 부진과 맞물려 국내 반도체 대형주 차익 매물이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2차전지 업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44%, 삼성SDI는 5.83%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했다. 네이버(-4.52%), 카카오(-3.61%) 등 플랫폼 기업과 KB금융(-3.00%), 신한지주(-1.36%), 현대차(-2.15%), 삼성물산(-2.44%) 등 금융·제조 대형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반면 조선주는 글로벌 호재에 힘입어 상승세를 나타냈다. HD현대중공업은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와 원유 운반선 2척 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개된 조선 관련 무역 합의 내용이 호재로 작용하며 3.17% 올랐다. HD현대미포(+3.36%), 세진중공업(+10.94%), 대한조선(+4.31%) 등도 상승하며 조선주가 급락장 속에서도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연구원들은 “한미 1,500억 달러 규모 조선 투자에서 국내 기업에 모든 수익이 귀속된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바이오 섹터도 코스닥에서 강세를 보였다. 에이비엘바이오(+6.54%), 리가켐바이오(+4.53%), 알테오젠(+0.91%) 등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으나, 에코프로비엠(-5.87%), 에코프로(-5.07%), 레인보우로보틱스(-5.73%), HLB(-2.56%), 삼천당제약(-3.00%) 등은 하락했다. 외국인은 에이비엘바이오를 중심으로 순매도했고, 개인이 이를 일부 상쇄하는 양상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과 금리 전망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7원 오른 1,457원으로 마감하며 장중 1,474원까지 오르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구두 개입에 나섰고, 장 마감에는 1,450원대 후반으로 안정됐다.

금리 전망 또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미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 총재들의 매파적 발언과 불확실한 경제지표로 금리 인하 확률이 50%대로 낮아졌고, AI 관련 기업 실적 논란과 일본 기업 부진이 겹치며 국내 대형 반도체주 차익 매물이 출회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 영향과 글로벌 투자심리

간밤 뉴욕증시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S&P500, 나스닥이 각각 1.65~2.29%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하락이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 직격탄이 됐으며, 엔비디아(-3.58%), 브로드컴, AMD, 인텔, 램리서치 등 주요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장기 셧다운 종료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투자 심리를 압박했다. 연방정부가 43일간의 장기 셧다운을 끝내는 자금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연기된 급여 지급과 데이터 수집 지연 등 여파가 미국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에 단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10년물 국채 금리가 4.12%로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선호를 확대했다.

시장 전망과 향후 변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코스피 및 코스닥 반도체·AI 관련 종목 변동성을 좌우할 핵심 이벤트로 꼽힌다. 또한 환율과 금리 흐름, 한미 조선 투자 관련 구체적 성과, 글로벌 경기 지표 발표가 향후 증시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평가된다. 이번 급락장에서는 대형주 위주 차익 매도세와 외국인 순매도가 겹쳤으나, 조선·바이오 등 일부 업종에서는 호재가 실적과 정책 기대감을 반영하며 상대적 강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 속에서도 업종별 차별화가 뚜렷하며, 투자자들은 외국인 수급과 글로벌 경제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종합하면, 14일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 충격과 외국인 매도세, AI 관련 과대평가 논란, 금리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코스피 4,011선까지 하락했다. 반면 조선주와 일부 바이오주는 글로벌 호재와 정책 기대감으로 상승하며 장세를 일부 방어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4원까지 치솟았으나 정부 개입과 팩트시트 공개로 1,450원대 후반으로 안정됐다. 향후 엔비디아 실적 발표, 금리·환율 변동, 글로벌 경기지표 등이 국내 증시 변동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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