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항공모함 남미 이동으로 중동 유럽 공백
미 해군 항모 전력, 남미 집중으로 전략적 변화
베네수엘라 겨냥 군사작전 확대 논란
의회 승인 없이 마약 카르텔 소탕 논란 지속
대중 지지 확보 위한 트럼프 전략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신예 항공모함을 남미로 이동시켜 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에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은 중동과 유럽 해역에 항공모함을 단 한 척도 배치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이 위태로워진 가운데 이뤄졌으며, 미국이 중동에서 사실상 ‘해상 공백’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은 그동안 지중해에서 작전을 수행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남미 연안으로 이동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본격화하며 서반구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요코스카항의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제 육로로 들어오는 마약까지 완전히 차단하겠다”고 밝히며, 대규모 해상 및 공중 작전의 확대를 예고했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 11척의 항공모함 중 3척만 운용 중인데, 이 중 1척은 곧 퇴역을 앞두고 귀항 중이며, 또 다른 1척은 훈련 중이다.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 남미 지역을 제외한 주요 분쟁 해역에는 미 항모 전력이 전무한 상태가 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포드함이 남미 해역에 오래 머물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직 해병대 대령이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인 마크 캔시언은 “항공모함은 매우 귀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언제든 다른 지역의 위기 상황으로 이동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항공모함 배치의 직접적인 표적이 베네수엘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미 해당 해역에서 마약 운반선을 겨냥한 공습과 미사일 공격을 최소 13차례 실시해 57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카르텔을 ‘불법 전투원’으로 규정하고, 9·11 이후 테러 대응에 사용된 법적 권한을 근거로 군사작전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허위의 전쟁 명분을 조작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는 코카잎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군사력 집중이 마두로 정권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제프 램지는 “마두로가 축출될 경우 베네수엘라가 리비아식 내전 상태로 빠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미 해군은 포드함 외에도 8척의 전함, F-35B 전투기, 전략폭격기 등을 카리브해와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행동에 대해 미 의회의 승인 절차가 없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 차단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어 행위”라며 별도의 승인 없이도 대통령 권한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미국 국민 대다수가 마약 밀수선을 타격하는 조치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마약을 실어오는 자들을 죽일 것”이라며 “그들이 미국을 독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의회의 전쟁 승인권’을 무시한 월권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켄터키)은 “의회에 보고했다고 해서 헌법 위반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해외에서 살상 행위를 벌이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는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노선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마약선이 미국으로 향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며 “필요하다면 육상 목표물에 대한 공격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부통령인 JD 밴스는 이번 작전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하며 “마약 밀수범은 미국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AP통신과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문제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함으로써 대중의 지지를 끌어내고, 의회 승인 없이도 군사 행동을 지속할 명분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