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선 턱걸이, 사이드카 발령...AI 거품 논란 확산에 투자심리 급랭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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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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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글로벌증시
2025-11-07 1:48

‘AI 버블’ 우려 확산…글로벌 증시 동반 조정
닛케이 한때 5% 급락, 코스피 4000선 간신히 방어
원·달러 환율 1449.4원…외국인 자금 이탈 가속화
정부 셧다운·기술주 실적 불안, 시장 불확실성 증폭
금값 상승·달러 약세…안전자산 선호 흐름 뚜렷

미국 기술주 급락의 여파로 5일(현지시간) 아시아와 유럽 주요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뉴욕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주들이 대거 매도세에 휘말리면서 글로벌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는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와 엔비디아 등 AI 대표 종목이 급락하며 나스닥지수가 2%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2% 떨어졌다. 이 같은 미국발 충격은 아시아 증시로 번져, 도쿄 닛케이지수가 장중 한때 5% 급락한 뒤 낙폭을 줄여 2.5% 하락 마감했고, 한국 코스피지수도 2.9% 떨어져 4000선을 간신히 지켜냈다.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하락세로 출발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동반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 증시 급락…도쿄 닛케이 한때 5% 하락

도쿄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한때 5% 가까이 급락했으나 낙폭을 일부 만회하며 2.5% 하락한 5만 212.27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가 시장을 짓눌렀다.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AI 투자에 대한 불안감으로 10% 급락했고,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은 4.1%, 반도체 테스트 장비업체 애드밴테스트는 6% 떨어졌다. 도요타자동차는 4~9월기 영업이익이 7% 감소했다고 밝히며 3.7%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올해 연간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가운데 나온 발표다.

한국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2.9% 떨어진 4004.42로 마감하며 4000선을 간신히 지켰다. 삼성전자가 4.1%, SK하이닉스가 1.2%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엔비디아와의 인공지능 협력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이날 매도세에 동참했다.

장 초반 코스피가 6% 가까이 급락하자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 50분경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는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현물시장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장치로, 코스피200 선물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이 1분간 지속될 경우 발동된다. 발동 시 프로그램 매도 주문이 5분간 정지되며, 시장의 패닉성 매도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약 7개월 만의 조치로, 급격한 선물시장 하락이 현물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안정장치다. 사이드카 발동 직후 지수는 낙폭을 일부 줄였으나, 투자심리 위축은 이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증시 급락의 배경으로 미국발 기술주 조정에 더해 급등한 환율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점을 지목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49.4원으로 치솟으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달러화가 안전자산으로 다시 부각되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약세가 가속화됐다.

국가통계연구원이 발표한 「환율의 한국 주식수익률 변동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서도 달러화 가치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을 제약해 국내 주식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를 상회하자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급등한 환율은 외국인 환차손 부담을 키워 매도세를 유발하고,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기업 실적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이중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일시적으로 환율 상승의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최근처럼 급격한 변동성은 오히려 시장 불안을 자극해 주가 방어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율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이 심화돼 코스피 4,000선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장 초반 하락세를 만회하며 0.2% 상승한 3969.25로 마감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0.1% 하락한 2만5935.41을 기록했다.

유럽 증시도 동반 하락

유럽 주요 증시 역시 약세로 출발했다. 독일 DAX지수는 0.7% 하락한 2만3777.85, 프랑스 CAC40지수는 0.4% 내린 8039.32, 영국 FTSE100지수는 0.1% 하락한 9707.18을 기록했다.미국 S&P500 선물은 0.1% 하락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선물은 0.1% 상승했다. 전날 뉴욕증시 급락의 여파가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번진 모습이다.

뉴욕증시 급락 여파, ‘AI 버블 논란’ 확산

전날 뉴욕증시는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급락했다. 인공지능 열풍을 주도하던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가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고도 7.9% 떨어졌고, 엔비디아는 4%, 마이크로소프트는 0.5% 하락했다. 이 같은 기술주 급락으로 S&P500지수는 1.2%, 나스닥지수는 2%, 다우지수는 0.5% 각각 하락했다. 그럼에도 올해 들어 S&P500지수는 여전히 15% 이상 상승한 상태다. SPI에셋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 전략가는 “지난 4월 시작된 상승장이 이제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번 조정은 단순한 일시적 하락이 아니라 시장 전체에 ‘현실점검’을 강요하는 순간이었다”고 분석했다.

기업 실적·정부 셧다운 여파 속 불확실성 확대

미국에서는 S&P500 상장기업 중 약 75%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대다수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을 냈다. 그러나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물가·고용 등 핵심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되고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주 후반에는 맥도날드, 익스피디아그룹, 퀄컴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한편, 테슬라는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에게 10년간 최대 1조 달러를 지급하는 보상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5.1% 급락했다.

원유·금값·환율 동향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0.42달러, 브렌트유는 64.29달러로 각각 0.14달러 내렸다. 금값은 불확실성 속에서 온스당 3,990.90달러로 0.8% 상승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반영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1달러당 153.53엔으로 약세를 보였고, 유로화는 1.1495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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