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200→3900’ 널뛰는 혼돈의 주간… 외국인 매도 폭탄에 흔들린 불개미의 야수적 심장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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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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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글로벌증시
2025-11-08 20:55

10거래일 만에 무너진 4,000선, 급등의 끝은 조정이었다
AI 버블 논란과 환율 급등,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의 삼중 충격
외국인 7조 매도 vs 개인 9조 매수, 엇갈린 투자 심리의 대결
대형주 동반 약세 속 카카오 ‘실적 방패’로 선방
빚투 열기 4년 만의 최고치, 반대매매 공포 고조
증권사들, 신용거래 제한으로 리스크 차단 나서
금리·AI·환율… 시장의 향방 가를 네 개의 변수

10거래일 만에 4,000선이 무너졌다.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직후 급격한 조정을 맞으며 ‘AI 버블 논란’과 환율 급등,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 등 복합 악재에 직면했다. 7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72.69포인트(–1.81%) 하락한 3,953.76에 거래를 마치며 4,000선을 종가 기준으로 내줬다. 불과 지난달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한 지 열흘 만의 일이다. 11월 첫째 주(3~7일) 코스피는 –6.35%(–268.11포인트)를 기록하며 변동성의 한가운데로 추락했다.

AI 거품론·환율 급등·미 고용 둔화…‘3중 악재’의 충돌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증시 역시 혼조세 속 약세를 보인 가운데, 국내 시장의 낙폭은 더욱 깊었다. 미국 뉴욕증시는 한 달째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기술주 약세,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겹치며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나스닥지수는 주간 3% 하락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 관세 여파 이후 최악의 주간 성적을 기록했고, S&P500은 1.6%, 다우지수는 1.2% 하락하며 3주 연속 상승세를 마감했다.

특히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반도체·AI 관련 기술주는 부진했고,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의 1조 달러 규모 보상안 승인 이후 4% 급락했다. 이 밖에도 알파벳(–2%)과 애플(–0.5%)은 하락했으며, 메타와 아마존만 소폭 상승하며 대형 기술주 전반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미 정부 셧다운으로 10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되지 못했으며, 민간 지표에서는 20년 만에 최대 규모인 15만 명 이상의 감원이 확인돼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됐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1%로 상승했고, 금값은 온스당 4,010달러, 유가는 배럴당 59.80달러로 마감했다.

결과적으로 엔비디아 급락과 AI 산업에 대한 재점화된 고평가 논란, 미국 노동시장 둔화, 금리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이는 국내 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쳐 코스피의 급락세를 가속화했다. 7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9.2원 오른 1,456.9원을 기록하며 외국인 투자심리를 추가로 냉각시켰다.

외국인 ‘7조 매도’ vs 개인 ‘9조 매수’

한 주간 외국인은 7조1,680억 원, 기관은 1조6,493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9조1,403억 원을 순매수하며 흔들리는 장세 속 ‘불개미’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외국인은 특히 SK하이닉스(–3조7,151억 원)과 삼성전자(–1조5,028억 원)를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두산에너빌리티(–4,372억 원), NAVER(–2,982억 원), 한화오션(–1,901억 원)에서도 연일 매도세를 이어갔다. 반면 LG CNS(+1,937억 원), SK스퀘어(+1,791억 원), LG이노텍(+689억 원) 등 일부 종목은 선별 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은 하락장에서 오히려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섰다.
SK하이닉스(+2조4,475억 원), 삼성전자(+1조5,005억 원), 두산에너빌리티(+6,010억 원), NAVER(+4,582억 원) 순으로 ‘사자’를 외쳤다. 특히 SK하이닉스가 60만 원선 밑으로 떨어지자 개인은 4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기관은 SK하이닉스(+1조986억 원), KB금융(+1,906억 원), 삼성전자우(+793억 원)를 사들이며 일부 방어에 나섰지만, 두산에너빌리티(–1,740억 원), SK스퀘어(–1,727억 원), NAVER(–1,381억 원) 등에서는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대형주 전반 약세, 카카오 ‘역대 최대 실적’으로 선방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8.93%), 현대차(–8.97%), 두산에너빌리티(–12.18%), HD한국조선해양(–12.34%), 한화오션(–7.85%) 등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다만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카카오(+3.46%)는 역주행에 성공했고, 한화오션(+3.09%), SK스퀘어(+3.33%), 고려아연(+2.30%) 등 일부 종목도 강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2.04%), 건설(–3.11%), 증권(–2.88%)이 하락한 반면 부동산 업종만 0.16% 상승으로 마감했다.

식지 않는 ‘빚투’ 열기와 반대매매 공포… 4년 만의 최고치, 15개월 만의 기록

급락장 속에서도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는 오히려 불붙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5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8,225억 원으로, 2021년 9월(25조6,540억 원)을 넘어 약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두 달 새 3조5,000억 원이 늘어난 셈이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70% 가까이 상승하며 개인들이 ‘빚을 내서 주식투자(빚투)’에 나선 결과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기자금 500만 원에 증권사에서 500만 원을 빌려 1,000만 원어치를 매수할 경우, 주가가 10% 오르면 20%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반대로 10% 하락하면 20% 손실을 본다. 따라서 빚투는 상승장에선 수익률을 키우지만, 조정장에서는 시장의 변동성을 폭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코스피 급락과 함께 개인투자자들의 반대매매 규모가 크게 늘며 시장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11월 6일 기준 반대매매 금액은 219억 원으로, 올해 들어 처음 200억 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8월(251억 원) 이후 약 15개월 만의 최고치다. 같은 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2.3%에 달했다. 이는 통상적인 경계선인 1%의 두 배 수준으로, 증권가는 이를 “투기성 단기 매매가 과열된 신호”로 보고 있다.

반대매매는 담보 가치가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청산하는 구조에서 발생하며, 시장 급락 시 추가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강제 청산 물량이 쏟아질 경우 낙폭이 더 깊어지고, 그로 인해 또다시 반대매매가 늘어나는 연쇄 반응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 선제적 리스크 차단 나서

과열된 신용거래를 진정시키기 위해 증권사들은 하나둘 ‘빚투 문턱’을 높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아, 삼성SDI 등 10개 대형주의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SK하이닉스, 효성, LS일렉트릭 등 거래소 지정 투자주의종목을 신용거래 제한 대상에 추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급등장의 여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조정 국면이 오면 반대매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시장 전체의 변동성 관리 차원에서 신용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변동성 장세의 그림자

이번 조정장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니라, 국내 증시와 글로벌 금융 시장이 맞물린 복합 국면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인은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과 환율 급등, AI 실적 논란을 이유로 대규모 매도세를 이어갔고, 개인 투자자는 저점을 매수하며 ‘불개미의 야수적 심장’을 드러냈다.

국내 증시만 보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대형 기술주가 하락 압력을 받았으나, 카카오와 일부 종목은 실적 방패를 기반으로 선방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 역시 미국 기술주와 AI 관련 산업의 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 규제, 노동시장 둔화 우려 등 글로벌 변수에 직결되어 있다. 나스닥은 주간 3% 하락, S&P500은 1.6% 하락하며 아시아 시장에도 압박을 가했고,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주요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다. 또한 과도한 레버리지와 신용거래, 급등 후 반대매매 가능성은 단기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증권사들의 신용거래 제한 조치가 선제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빚투 축소와 반대매매 리스크 완화가 관건이다.

결국 이번 조정은 외국인 매도·개인 매수·글로벌 금융 변수·빚투 구조가 얽힌 다층적 장세로, 시장이 스스로 균형점을 찾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단기 반등 가능성은 열려 있으나, AI 산업 실적 현실화, 미국 금리 사이클 안정, 환율 안정, 레버리지 축소 속도 등이 진정한 회복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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