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원전 논의까지 편 가르기…과학에 당적이 왜 필요한가”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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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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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슈
2025-12-17 20:18

“원전도 정당마다 말 달라”…정치 논리에 갇힌 과학 비판
건설 기간·재처리 효과까지 전방위 검증 요구
“민주당이라 못 믿겠다” 농담 속 작심 발언
당적 묻고 전문가 불러 세운 이례적 업무보고
“원전은 이념 아닌 데이터의 문제”

/ 그래픽 : 유스풀피디아

이재명 대통령이 원자력발전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정치적 진영 대립에 매몰돼 있다며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원전 건설 기간부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효과에 이르기까지, 사안마다 정당별 주장만 난무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과학적 사안에 당적을 덧씌우는 풍토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기상청·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원전 정책 전반을 놓고 집중 질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발언자들의 정치적 배경을 여러 차례 확인하며 “정당 소속이 없는 사람이 사실을 말해 달라”고 주문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먼저 신규 원전 건설에 소요되는 기간을 물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실질적으로는 10~15년이 걸린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7년이면 가능하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말하는 사람마다, 정당마다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장관도 민주당이라서 못 믿겠다”며 “당 아닌 사람이 설명해 보라”고 말했다.

이에 전대욱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직무대행이 “부지 선정 2년, 인허가 심사 약 3년 4개월, 착공 후 준공까지 7년 7개월 등 총 13년 11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그렇다면 15년이라는 말도 틀린 건 아닌 것 같다”며 전 직무대행에게 “당적 없죠?”라고 재차 확인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두고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이 대통령은 “재처리를 하면 부피가 크게 줄어든다는데, 줄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며 상반된 설명의 근거를 요구했다. 한 관계자가 프랑스 사례를 들어 “경수로 기준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안 믿어진다”며 “무슨 당이냐”고 묻기도 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와 관련한 논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정치적 선입견을 경계했다. 민주당 출신 인사가 발언하려 하자 “정당이 있잖아”라며 제지했고, 탈당 사실을 설명하자 “안 믿겠다”며 발언을 멈추게 했다. 이후 당적이 없는 원자력 전문가가 나서 “고준위 폐기물만 분리하면 전체 폐기물량은 상당히 줄어들고, 남은 우라늄은 재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웃긴 현상”이라며 작심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 사회는 토론 없이 편을 먹고 싸우다 보니,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처럼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며 “원자력처럼 효율성과 타당성을 따져야 할 문제마저 진영 싸움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적 논쟁에 왜 내 편, 네 편이 있느냐”며 “더 놀라운 건 과학자들조차 편이 갈린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추진 계획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수천억 원을 투입해 낙관적 전망만 보고 가다 실패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정책은 희망이 아니라 냉정한 사실 위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정치 논리를 걷어내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놓고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며 “원전 정책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과 데이터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