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납치됐다”…마두로, 미 법정서 무죄 주장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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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0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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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026-01-06 15:44

미군 특수작전으로 체포된 마두로, 뉴욕 법정 첫 출석
“나는 납치된 대통령”…마약 밀매 혐의 전면 부인
미국, 외국 현직 국가원수 사법 처리 수순 본격화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시도에 국제법·주권 논란 확산
유엔 안보리 긴급 회의 소집…글로벌 파장 가중

마두로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헬기장에 도착하여 법원 출석을 위해 이동 중이다 / 출처: 인사이드 에디션

미국에 의해 전격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뉴욕 연방법원에 처음 출석해 마약 밀매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자신은 “납치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체포 이틀 만에 진행된 이례적으로 빠른 법정 출석이었다. 미국 정부가 외국 현직 국가원수를 형사 기소한 것은 수십 년 만에 가장 중대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AP통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법정에서 “나는 체포된 것이 아니라 납치됐다”며 “나는 조국의 헌법적 대통령”이라고 주장했으나, 발언 도중 재판장의 제지를 받았다. 이어진 기소 인정 절차에서 그는 “나는 결백하다. 마약 밀매와 무관한 정직한 사람”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함께 체포된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도 무죄를 주장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이번 법정 출석은 지난 3일 새벽, 미군 특수부대가 카라카스 자택에서 그와 부인을 전격 체포한 이후 처음이다. 이 작전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정권 교체를 정당화한 군사 개입의 일환으로,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이날 마두로는 삼엄한 경호 속에 브루클린 구금시설에서 헬리콥터와 장갑 차량으로 법원에 이송됐다. 그는 수갑과 족쇄를 찬 채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으며, 영어로 진행되는 재판을 듣기 위해 스페인어 통역용 헤드셋을 착용했다.

재판 초반 마두로는 반복적으로 “나는 불법적으로 끌려왔다”며 체포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앨빈 헬러스타인 연방판사는 “그 문제를 다룰 시간과 장소는 따로 있다”며 절차 진행을 우선했다. 판사는 신원 확인 질문을 던졌고, 마두로는 “나는 니콜라스 마두로 모로스”라고 답했다.

마두로 측 변호인 배리 폴락은 향후 재판에서 “군사적 납치의 불법성”과 함께 국가원수로서의 외교적 면책 특권을 주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는 2024년 대선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마두로를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국가원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25쪽 분량의 기소장에는 마두로 부부가 국제 마약 카르텔과 공모해 수천 톤의 코카인을 미국으로 유입시켰다는 혐의가 담겼다. 검찰은 이들이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납치, 폭행, 살인까지 지시했다고 주장했으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정 밖에서는 미군 개입을 규탄하는 시위대와 이를 지지하는 인파가 충돌 없이 분리 배치됐다. 법정 내부에서는 한 베네수엘라 반정부 인사가 마두로를 “불법 대통령”이라 외치자, 마두로는 퇴정하며 “나는 전쟁 포로이자 납치된 대통령”이라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체포 직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임시로 관리할 것”이라며 “우리가 운영하고,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국이 일상적인 통치를 하지는 않으며, 기존의 석유 봉쇄 조치를 관리하는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두로 체포 이후 국제 유가는 오히려 1.7% 상승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의 붕괴된 인프라와 통치 공백, 향후 생산 회복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델시 로드리게스가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마두로 송환을 요구했다. 그는 “불법적인 군사 침공으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며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대미 관계에 대해서는 “존중에 기반한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마두로의 아들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는 “국가원수 납치를 용인한다면 어떤 나라도 안전하지 않다”며 이번 사안이 세계 정치 질서에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의 일방적 군사 행동이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유엔은 동시에 장기 경제 위기로 심각한 인도적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 상황도 재차 부각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대외 군사 개입, 정권 교체 전략, 국제법 질서의 경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둘러싼 논쟁을 전면으로 끌어올리며, 향후 국제 정치 지형에 중대한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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