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용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제3자 사생활 노출 가능성 제기
케냐 데이터 라벨러 “민감 영상까지 검토했다” 증언
700만 대 판매로 급성장…스마트 글래스 시장 경쟁 본격화
EU GDPR 준수 여부 논쟁 확대…규제 격차도 논란
편의성 뒤에 남은 프라이버시 문제, 웨어러블 산업 핵심 쟁점으로

미국 정보기술 기업 메타(Meta)의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메타는 2025년 한 해 동안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 약 700만 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카메라와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웨어러블 기기가 확산되면서, 착용자가 아닌 주변인의 사생활이 의도치 않게 촬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스마트 글래스는 사진과 영상 촬영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일부 기능 사용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AI 학습과 서비스 개선을 위해 처리될 수 있다. 문제는 영상 속에 등장하는 제3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촬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글래스가 일상 환경에서 사용되는 만큼, 촬영 대상이 되는 일반 시민의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가 충분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비즈니스 스탠다드와 GB뉴스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케냐 나이로비의 협력업체 사마(Sama)를 통해 데이터 라벨러를 고용해 AI 학습용 영상과 이미지에 라벨을 붙이고 오디오를 전사하며 알고리즘 반응을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라벨러들은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민감한 영상까지 검토해야 했다고 증언했으며, 자동 흐림 처리 기능이 완벽하지 않아 얼굴이나 신체가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데이터 검토 과정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나 욕실에서의 사생활, 금융 정보 등이 포함된 영상이 확인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AI 학습 과정에서 제3자의 민감한 정보가 의도치 않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타는 자사 프라이버시 정책과 이용 약관에 데이터 처리 방식이 명시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반 이용자가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고, 서비스 이용에 동의한 사용자와 달리 주변인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개인정보 보호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메타는 2021년 ‘레이밴 스토리즈(Ray-Ban Stories)’를 출시하며 스마트 글래스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메타 레이밴’ 2세대 모델 등을 출시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고, 일부 보도에서는 향후 디스플레이 기능이 추가된 고급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레이밴 브랜드를 운영하는 안경 기업 에실로룩소티카는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레이밴과 오클리 스마트 글래스 판매가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2025년 판매량은 2023년과 2024년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마트 글래스가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 구글, 레노버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스마트 글래스나 확장현실(XR) 기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향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메타가 시장에 먼저 진입해 확보한 사용자 기반과 판매 실적이 향후 XR 글래스 경쟁 구도에서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 논의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에서는 메타 스마트 글래스의 GDPR(일반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EU 의원들은 제3자의 동의 없이 촬영된 데이터 처리 방식이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나이지리아와 케냐 등 일부 지역에서는 관련 법률이 존재하더라도 규제 집행력이 충분하지 않아 데이터 처리 과정이 사실상 규제 공백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나이지리아에서는 2024년 메타가 다른 개인정보 보호 위반 사안으로 약 2억2000만 달러 규모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과거 구글 글래스는 사생활 침해 논란과 사회적 반발로 대중화에 실패했지만, 메타는 일반 안경과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해 사회적 거부감을 줄이려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스마트 글래스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쟁점으로 남아 있다.
현재 메타 스마트 글래스의 설치 기반은 약 700만 대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사용자 수가 수천만 명 규모로 증가할 경우, 스마트 글래스를 둘러싼 개인정보 보호 논쟁이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기술적 편의성과 디자인 혁신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사생활 보호와 데이터 규제 문제는 향후 스마트 글래스 산업의 핵심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