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월 소매판매 전월 대비 0.6% 증가
소비자 심리는 사상 최저, 그러나 소비는 여전히 활발
연말 소비액 1조 달러(한화 약 1,464조 9,000억 원) 돌파 전망
고소득층 자산효과·저소득층 전통소비 유지가 소비 지탱 요인
기업들도 긍정적 전망 지속

미국 소비자들이 경기 침체 우려와 불안한 심리 속에서도 지출을 줄이지 않고 있다. 전미소매연맹(NRF)은 10월 기준 미국의 핵심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9월의 0.5% 감소를 완전히 만회한 수준이다. 식당·주점·주유소·자동차 관련 지출을 제외한 수치로, 소비자들의 ‘체감 불황’에도 불구하고 소비 열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맹은 이번 결과를 “경제 데이터 공백 속에서도 민간 소비가 여전히 미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 연방정부의 통계 발표 중단으로 공식 소매판매 지표가 지연되는 가운데, 민간 부문이 소비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전미소매연맹의 매슈 셰이 회장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경기 전망에는 비관적이지만, 동시에 지갑을 열며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형성된 이러한 ‘이중적 소비 행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미시간대학교의 73년 전통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서는 현재의 경제상황 평가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기업들의 해고 증가 및 계절직 채용 축소가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미소매연맹은 올해 연말 채용 규모가 지난 15년간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여전히 ‘소비를 통한 심리적 보상’을 택하고 있다. 연맹은 올해 11월과 12월 소매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며, 사상 처음으로 연말 소비액이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고소득층의 자산 효과와 주식시장 강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저소득층 가구는 외식이나 여가 지출을 줄이는 대신, 가족과의 선물 교환이나 명절 식사 등 전통적인 소비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미소매연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매튜스는 “소비자들은 물가가 오르면 다른 분야에서 절약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출을 지켜낸다”며 “가족을 위한 소비가 우선순위로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업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반려동물 식품 및 용품 기업 ‘바크’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코스트코 매장에서 판매 중인 자사 애견용 어드벤트 캘린더가 이미 완판됐다”고 밝혔다.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 역시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전체 매출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는 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쇼피파이의 대표 할리 핑켈스타인은 “우리에게 소비자 신뢰는 계산대에서 측정된다”며 “소비자들은 여전히 구매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수요는 놀라울 만큼 탄탄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경제는 소비심리의 냉각과 실제 지출의 지속이라는 모순된 현상이 공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소비 열기는 불안정한 경기 속에서도 가계의 회복탄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소비가 둔화되지 않는 한, 미국 경제는 쉽게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