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캅카스 새 통행로, 지정학적 판도 변화 예고
국경 인접 미국 존재감, 이란 안보 우려 심화
일대일로·러시아 영향력, 회랑 개통이 변수로 작용
미국 제조업 잉여 제품, 전략적 수출 통로 가능성
미국의 중재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수십 년간 이어진 적대 관계를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남캅카스 지역의 지정학적 판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번 협정의 핵심은 아르메니아 남부를 관통하는 잔게주르 회랑 건설이다.
회랑은 아제르바이잔 본토와 나히체반 자치공화국, 터키 카르스를 직통으로 연결하며, 미국은 이 구간의 99년간 개발 및 운영권을 확보했다. 이름은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의 길’로 명명되었다.

잔게주르 회랑은 역사적으로 통행이 제한되었던 구간으로, 전략적·경제적·군사적 의미가 크다. 아르메니아 남부를 지나 나히체반과 연결되는 이 통로는 향후 바쿠에서 나히체반, 터키 카르스까지 직통 이동을 가능하게 하며, 기존 복잡한 우회 경로보다 물류와 인적 이동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국경 앞 ‘미국 영향력’에 위기감
더 가디언에 따르면 새 회랑은 이란 북부 국경과 맞닿아 있어, 미국의 직접적 영향력 확대를 의미한다. 아르메니아를 통과해야 하는 나히체반 연결 구간이 열리면, 이란은 자국 코앞에 미국이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는 셈이다.
테헤란은 이번 합의를 “지정학적 질식”이라 평가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란이 구상하던 아라스 회랑과 중국의 일대일로(BRI) 육상 교역망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고위 보좌관은 “이 지역은 트럼프의 용병 무덤이 될 것”이라며, 필요시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중국과 러시아, 전략적 곤혹
에포크타임스는 중국이 이번 회랑 건설을 중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일대일로 주요 육상 노선에 균열을 줄 수 있는 변수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번 회랑이 기존 육상 교역망에 혼선을 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난처한 입장이다. 전통적으로 아르메니아 내 군사기지를 통해 지역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군사·외교 자원의 분산으로 이번 회랑에 직접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가 드러난 사례”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략적 교두보 확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협정을 통해 미국이 남캅카스에서 새로운 전략적 우회로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단순한 교역로가 아니라, 러시아·이란·중국의 영향력이 교차하는 핵심 지역에 미국 중심 교두보를 마련한 상징적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이 중재자로 부상하며 지역 질서를 재편한 사례”라며 “향후 에너지·물류 네트워크까지 미국 중심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TRIPP 회랑은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국제 정치·경제·군사적 요충지로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주한미군과 비교한 전략적 의미
주한미군 주둔지는 미국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 견제를 위한 지역 방어 거점으로 기능한다.
반면, FT와 가디언에 따르면 남캅카스의 잔게주르 회랑은 러시아·이란·터키가 교차하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하며, 미국이 장기적으로 영향력을 투사할 잠재적 교두보로 평가된다. 전문가들(SCMP)은 회랑이 제조업 수출 통로와 물류·에너지 경로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단순 병력 배치를 넘어 미국 중심 국제 질서를 확장할 복합적 전략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단순 회랑을 넘어 국제 질서 변화의 분수령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수십 년 갈등이 봉합되면서 새로운 통행로가 열렸지만, 가칭 TRIPP 회랑은 단순 교역로를 넘어선 지정학적, 경제적, 군사적 복합 가치를 지닌 전략적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TRIPP가 군사적 거점으로서 미국이 장기적으로 일부 병력과 지원 자산을 배치할 가능성을 제공하며, 지역 안보와 영향력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향후 미국 내 스마트팩토리 중심 제조업 부흥으로 생산이 확대될 경우,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한 잉여 제품을 해외로 투사할 전략적 통로로도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행의 안정성을 담보하려면 미국·EU·지역 국가, 나아가 우크라이나까지 포괄하는 협력과 보안·재정 보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TRIPP 회랑은 남캅카스 내 미국의 전략적 교두보 확보와 맞물려 경제적·군사적 활용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요소로 평가되며, 지역 지정학과 국제 질서를 재편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