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미 1.8조 팔았다…'사지도 못하고 팔지도 못하는' 1610조 리밸런싱 딜레마"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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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6-22 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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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풀인사이트
2026-06-22 15:15

6월 들어 연기금 1조8,373억원 순매도에 SK하이닉스·NAVER·삼성전자는 오히려 순매수
JP모건 "글로벌 연기금도 반기말 리밸런싱"·국민연금 1% 비중 조정시 16조원 규모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 조정을 위한 리밸런싱에 본격 착수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향후 매물 규모와 포트폴리오 재편 방향에 쏠리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19일까지 연기금 등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산해 1조8,373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9조5,343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16조7,906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 전체는 금융투자와 투신권의 매수세에 힘입어 2,721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연기금은 별도로 1조8,37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국내 주식 비중 축소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시장 전체 수급은 연기금 매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같은 기간 금융투자가 3조9,735억원, 투신권이 3조1,703억원을 각각 순매수하며 연기금과 사모펀드의 매도 물량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 외국인이 19조5,34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 투자자는 16조7,906억원 규모의 순매수로 대응하면서 시장 내 수급 균형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증시의 수급 구조는 외국인과 연기금의 매도세를 개인과 기관 일부가 받아내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를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작업이 현실화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코스피가 상승하면서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돌자 자산 배분 원칙에 따라 비중 조정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실제 매매 패턴은 시장 일각의 우려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 연기금은 전체적으로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핵심 종목에 대해서는 오히려 비중을 확대하는 선택적 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금은 6월 1일부터 19일까지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매도 규모는 2조7,275억원이었지만 매수 규모가 2조7,748억원으로 이를 웃돌면서 4,736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순매수 수량은 23만538주였다.

NAVER 역시 1조3,972억원을 매도하는 동시에 1조8,000억원을 매수해 4,029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신한지주는 1061억원, 삼성생명은 914억원 각각 순매수했다.

금융주 비중 확대도 눈에 띄었다. 하나금융지주를 231억원어치 순매수했고, 삼성생명과 신한지주를 포함하면 대표 금융주에 대한 매수 규모는 2,200억원을 넘어섰다.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순매수 기조가 이어졌다. 연기금은 삼성전자 주식 9502만2093주를 매도했지만 9524만2381주를 매수하면서 22만288주를 순매수했다.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매도 3조1,705억원, 매수 3조1,727억원으로 220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밖에 현대건설(226억원), NC(229억원), 디앤디파마텍(217억원), 두산테스나(215억원) 등에 대해서도 매수 우위를 보였다.

자료 : 한국거래소(2026.6.1~19) / 그래픽: 유스풀피디아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단순히 국내 주식을 일괄적으로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주식 비중은 낮추면서도 인공지능(AI) 수혜가 기대되는 반도체와 플랫폼, 고배당 금융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총 1조8,373억원을 순매도하는 과정에서도 SK하이닉스와 NAVER에만 8,765억원을 순투자했고 삼성전자까지 포함하면 국내 대표 기술주에 대한 매수 기조는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매도 역시 개별적인 투자 판단보다 자산배분 원칙에 따른 기계적인 리밸런싱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시장 상승으로 목표 비중을 넘어선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움직임은 국내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연기금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반기말 리밸런싱 과정에서 글로벌 주요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이 향후 며칠간 약 1,65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은 운용자산 규모 9조6,000억달러의 미국 연기금에서 약 550억달러, 일본 정부연금투자펀드(GPIF)에서 약 600억달러, 노르웨이 국부펀드에서 약 400억달러 규모의 주식 비중 축소가 이뤄질 것으로 추산했다.

대형 연기금들은 통상 주식과 채권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자산배분 원칙을 적용하고 있어 주식시장이 급등할 경우 초과 상승한 주식 비중을 기계적으로 줄이는 리밸런싱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최근 국민연금의 순매도 역시 국내 증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라기보다는 반기말 자산배분 조정 과정의 일환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액이 최근 약 1,610조원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비중 조정 폭이 1%포인트만 발생해도 약 16조원, 2%포인트일 경우 약 32조원 규모의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수록 주식 평가액이 늘어나 비중 초과 폭 역시 확대될 수밖에 없는 만큼, 국민연금이 향후 대규모 매물을 한꺼번에 내놓기보다 지금처럼 점진적인 방식으로 비중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리밸런싱에 따른 매물 부담이 반드시 증시 약세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JP모건에 따르면 2023년에도 약 1,500억달러 규모의 매도 우려가 제기됐지만 S&P500 지수는 6월 한 달 동안 6.6% 상승했고, 올해 역시 반기말 매물 부담이 예상됐음에도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 경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조정이 7월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 충격을 초래할 수 있는 대규모 일괄 매도 역시 부담인 만큼 핵심 종목 비중 확대와 비핵심 자산 축소를 병행하는 점진적인 리밸런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추가 매수 여력은 제한적인 반면, 급격한 비중 축소 역시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국민연금이 사실상 '팔기도 어렵고 사기도 어려운' 균형점 찾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증시 규모를 감안할 때 국민연금의 선택은 더 이상 개별 투자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수급과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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