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델·HP·레노버 총출동… 엔비디아, CPU 시장 정면 진출 선언
“윈도우의 M1 모멘트 될까” AI 에이전트 품은 차세대 PC 경쟁 본격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넘어 PC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까지 본격 진출한다.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은 엔비디아가 이제는 인텔과 AMD, 퀄컴, 애플이 경쟁하는 PC 프로세서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 버지는 1일(현지시간) 컴퓨텍스 2026 현장에서 공개된 엔비디아의 차세대 PC용 프로세서 ‘RTX 스파크’를 집중 조명하며 "엔비디아가 마침내 소비자용 PC 칩 제조사로 변신했다"고 평가했다.
RTX 스파크는 단순한 그래픽 프로세서가 아니다. CPU와 GPU, AI 가속기를 하나로 통합한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플랫폼이다. 지난해 공개된 AI 슈퍼컴퓨터용 칩 'DGX 스파크'의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엔비디아는 이를 통해 노트북과 데스크톱의 핵심 플랫폼 시장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RTX 스파크를 공개하며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개인용 컴퓨터를 재창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RTX 스파크를 엔비디아가 33년간 축적한 기술력을 집약한 차세대 AI PC 플랫폼으로 규정하며, 기존처럼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입력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RTX 스파크가 최대 1페타플롭 수준의 AI 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벤치마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RTX 스파크는 ARM 기반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이는 애플의 M시리즈 칩과 퀄컴 스냅드래곤 X 시리즈와 같은 방식이다. 전통적인 x86 기반 인텔·AMD 플랫폼과는 다른 구조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수년간 윈도우 ARM 생태계를 준비해 온 만큼 소프트웨어 호환성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업계의 관심은 AI 성능에 집중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RTX 스파크 플랫폼이 최대 1조 개 수준의 매개변수를 가진 AI 모델까지 로컬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사용자의 데이터가 외부 클라우드로 전송되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AI가 작동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와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더 버지는 엔비디아가 단순히 성능 향상에 그치지 않고 PC 사용 방식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용자가 복잡한 프로그램을 직접 조작하는 대신 AI에게 명령을 내리고 결과를 받는 형태가 미래 PC의 핵심 경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AI가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되는 새로운 개인용 컴퓨팅 시대"를 제시했다.
실제로 엔비디아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상당히 미래지향적이다. 스트리머가 "저녁 먹고 오겠다"고 말하면 AI가 자동으로 조명을 끄고 마이크를 음소거하며 방송 모드를 변경한다. 디자이너는 스케치를 보여주기만 하면 AI가 완성된 이미지와 3D 모델, 영상 콘텐츠까지 자동으로 생성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AI 에이전트가 프로젝트를 모니터링하며 반복적인 오류 수정 작업을 대신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PC가 아니라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PC’ 시대를 겨냥한 구상이다.
하드웨어 파트너도 대거 합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델, HP, 레노버, 에이수스(ASUS), MSI 등 주요 PC 제조사들이 RTX 스파크 플랫폼 채택을 확정했다. 첫 제품군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랩톱 울트라’, 델 ‘XPS 16’, 레노버 ‘요가 프로 9N’ 등이 포함된다. 엔비디아는 올가을 출시를 목표로 30종 이상의 노트북과 10종 이상의 데스크톱이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더 버지는 이번 발표가 2020년 애플이 자체 설계한 M1 칩을 공개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당시 애플은 성능 수치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실제 제품이 출시되자 노트북 시장의 기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엔비디아 역시 아직은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지만, 만약 약속한 성능과 효율성을 현실에서 입증한다면 PC 산업 전반에 또 한 번 거대한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RTX 스파크가 단순한 신제품 출시를 넘어 엔비디아의 사업 영역이 데이터센터에서 개인용 컴퓨팅 시장으로 확장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시대의 주도권을 쥔 엔비디아가 PC 산업의 판도까지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