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베이커, 대미 투자 488조 경고와 북한 핵 보복 워게임 결과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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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15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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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025-11-06 23:03

트럼프, 3,500억 달러(약 488조원) 투자 요구…한국·일본에 불균형 부담

수출 140억 달러 지키려 3,500억 달러? 경제적 합리성 결여

가디언 타이거’ 워게임, 제한적 핵 대응과 동맹 한계 확인

한국 정부, 무제한 통화 스와프 요청…현실적 실행 가능성 낮아

북한, 핵·상용무력 병진 노선 선언…동맹 전략의 복합적 위험 요소

비영리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 소속 딘 베이커 선임경제학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일본과 한국과의 무역 협상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일본은 5,500억 달러, 한국은 3,500억 달러(약 488조원)를 그가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대신, 미국은 양국 제품에 부과하는 수입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이 실제라면, 일본과 한국은 매우 불리한 선택을 하게 되는 셈이다.

​숫자로 따져보면 문제는 명확하다. 지난해 일본은 미국에 1,480억 달러(약 206조원) 규모의 상품을 수출했다. 만약 관세 인하가 일본 수출에 5% 영향을 미친다면, 수출액은 약 1,400억 달러(약 195조원)로 줄어들며 이는 일본 GDP의 3.5% 수준이다. 추가적으로 10%포인트 높은 관세(즉 25% 관세)가 적용된다면 일본의 대미 수출은 140억 달러(약 20조원)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GDP의 고작 0.3%에 불과하다.

​딘 베이커 선임경제학자는 “결국 트럼프는 일본이 연간 140억 달러(약 20조 원)의 수출을 지키기 위해 5,500억 달러(약 767조 원)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결코 합리적인 거래가 아니다. 더구나 트럼프는 합의 이행에 대한 신뢰성이 전혀 없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더 많은 돈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의 사업 파트너들이 이미 경험했듯, 트럼프에게 ‘계약’은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1,320억 달러(약 184조원) 규모를 수출했는데, 이는 GDP의 약 7.3%에 해당한다. 관세로 인해 수출이 5% 감소하면 약 1,250억 달러(약 174조원)가 되고, 추가 10%포인트의 관세로 125억 달러(약 17조원)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GDP의 0.7%에 불과하다.

​딘 베이커 선임경제학자는 “그러나 트럼프는 이 125억 달러(약 17조원) 수출을 지키기 위해 3,500억 달러(약 488조원)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협상은 경제적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으며, 일본과 한국이 트럼프에게 수천억 달러를 바치느니, 그 돈의 20분의 1만 사용해도 수출 감소로 피해를 보는 기업과 노동자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의 변덕이나 극우 인플루언서의 선동에 휘둘릴 걱정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금 투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8조 원) 규모 펀드 조성을 조건으로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4,163억 달러의 80% 이상에 달하는 규모로, 단기간에 실제 달러를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단기간에 대규모 달러를 조달할 경우 원화 가치 급락 등 외환시장 충격이 우려되지만,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 측의 통화 스와프 요구가 단순한 협상 카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무제한 스와프를 승인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과 미국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만 총 2차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전략적 무역 투자 합의에서 미국이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90%를 확보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이 5,500억 달러를 투자하더라도, 그로 인한 수익의 대부분이 미국에 귀속된다는 의미로, 일본 측의 실질적인 이익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일본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 : 노동당 총비서 이자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8월 31일 새로 가동된 중요군사기업의 미사일 종합생산 라인및 자동화 조립 공정을 점검하는 모습

일각에서는 이를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거래로 해석하기도 한다. 다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실제로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일본이나 한국을 지켜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동맹국들은 군사력과 작전 범위 측면에서도 제한적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가디언 타이거 I·II’ 워게임 시뮬레이션에서는 북한의 제한적 핵 사용 시, 미국이 즉각적인 핵 보복을 실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자국 영토에서 대만 작전 지원에 제한적이고, 일본은 북한 관련 개입에 소극적이어서, 3국 간 통합 지휘체계 역시 완전하게 구축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동맹국들이 정치·법적·군사적 제약 속에서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전략이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여기에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제9차 당 대회에서 ‘핵무력과 상용무력 병진 노선’을 제시하겠다고 밝히며, 핵 중심 국방 전략에서 재래식 전력까지 병행해 강화할 계획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은 신형 장갑방어체계, 기갑전력 현대화, 전술무기 고도화 등 지상전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분쟁 상황에서 물리적 개입 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특히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핵무력 병행 강화는 워게임에서 한반도·인도·태평양 지역 동맹의 제한적 대응 능력과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동맹국은 단순 방어적 조치만으로는 북한의 전략적 움직임을 충분히 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다. 또한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요구, 수출 보호, 통화 스와프 등 경제적·외교적 대응을 논의할 때에도, 군사적 현실과 전략적 위험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유럽은 상황이 다르다. 러시아의 GDP는 유럽연합 전체의 5분의 1도 안 된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유럽은 충분히 자국의 군사력을 확충해 러시아를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두 나라의 경제 규모를 합쳐도 중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며, 중국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양국이 중국과 군사적으로 맞서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미국의 보호를 영구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면, 장기적으로 중국과 일정한 수준의 타협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워드 루트닉은 공식 소셜미디어 X 계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언급했다. 이 합의에는 7,5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와 최대 6,000억 달러의 투자 약속이 포함돼 있다. 루트닉은 최근 앤디 퍼즈더(Andy Puzder)가 주EU 미국 대사로 인준됨에 따라, 이번 합의를 실행하고 성과를 내며 EU가 약속을 지키도록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2025.8.14)

​한국과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국가 주권, 산업 경쟁력, 무역 환경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따라서 단지 미국의 압력에 떠밀려 굴복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손해를 불러올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비용과 이익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태도이며, 때로는 압력에 맞서 자국의 이익을 지켜내는 결단이다.

​결국 일본과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천억 달러를 제공할지, 자국 수출기업과 노동자 보호에 투자할지는 단순한 경제적 판단을 넘어, 안보·군사 전략과 연계된 복합적 선택이다. 군사적 현실과 정치적 제약을 감안하면,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는 점이 수치와 워게임 시뮬레이션 모두에서 확인된다.

​그리고 이번 조지아 현대·LG 사태가 보여주었듯, 단순한 단기 거래나 사건 대응이 아니라, 미국 내에서 전략적 ‘중앙 세력’을 확보하는 장기적 산업외교 전략 없이는 한국의 미래를 지킬 수 없다. 결국 한국과 일본은 단기적 압력에 굴복하기보다, 경제적 부담과 군사·외교 현실을 함께 고려한 장기 전략을 세워 자국 이익을 지켜야 한다.

​딘 베이커 선임경제학자의 분석은 그의 진보적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경제적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본 글에서는 이를 토대로 ‘가디언 타이거’ 워게임과 북한의 핵·재래식 병진 정책을 함께 제시하며 균형 있는 시각을 유지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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