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여파… PCB 산업, 공급망과 비용 압박 ‘이중 충격’”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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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3-28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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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2026-03-28 8:53

중동 분쟁 여파, PCB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비용 상승 압력
AI 수요 급증이 불러온 고성능 PCB 중심의 공급 재편
원자재·물류·에너지 삼중 부담에 흔들리는 공급망
소재 가격 상승과 납기 지연, 제조업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
일반 PCB 업체, 공급 불리 속 수익성 압박 심화

PCB 기판 / 사진: Mister rf ,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최근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물류 불안과 에너지 공급 제약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 여파가 인쇄회로기판(PCB)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요 해상 운송로의 불안정성은 원자재 조달부터 생산, 최종 제품 가격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의 비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으며, 단순한 물류비 증가를 넘어 공급망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Hapag-Lloyd)는 중동 분쟁 영향으로 매주 약 4,000만~5,0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선박이 페르시아만 인근에서 운항 차질을 겪는 등 물류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해상 운송 불안이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실제 공급 차질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경기 변동을 넘어 산업 수급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고성능 서버용 PCB와 관련 소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생산 능력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반면 자동차, 산업용, 소비자 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범용 PCB는 상대적으로 공급이 제한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원가 측면에서는 부담이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PCB 제조 원가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45~55% 수준으로 가장 높은데,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 구조를 크게 흔들고 있다. 특히 범용 PCB에 사용되는 CEM-3 소재의 경우 2025년 12월 대비 2026년 3월 기준 약 22~25%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체 제조원가에서 원자재 비중이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 결과 가공비, 부재료, 인건비, 설비비, 품질비, 물류비, 간접비, 손실, 마진 등 기타 비용 항목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사실상 생산비 전반에 압박이 가중되는 구조로 보고 있다.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기업일수록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 그래픽: 유스풀피디아


PCB 소재 공급망에서도 유사한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 구리, 수지, 유리섬유, 알루미늄 등 핵심 원자재는 AI, 전기차, 재생에너지 산업에서의 동시 수요 확대 영향으로 공급이 타이트해지며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에폭시 수지와 폴리이미드 수지 등 석유화학 기반 소재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비스페놀A(BPA)와 에피클로로히드린(ECH) 등 일부 원재료 가격이 단기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 상승이 이를 상쇄하며 전체 제조 원가는 여전히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공급망 병목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주요 PCB 소재의 납기 기간은 기존 8~12주에서 최근에는 20~30주 수준까지 늘어나며 생산 일정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러한 지연은 고성능 PCB 소재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일부 제품군에서는 공급 부족과 납기 지연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소재 업체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 레조낙(Resonac)은 구리 적층판(CCL)과 프리프레그 제품 가격을 최대 30% 이상 인상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구리 호일, 유리섬유, 에너지 및 물류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구리 가격이 톤당 1만 달러를 상회하는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PCB 제조 원가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술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AI용 PCB에서는 고집적 백플레인 구조와 코어 패키징 기술이 확대되면서 PCB 자체의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으며, 기존에 케이블이나 주변 장치에 분산되던 기능이 PCB로 통합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성능 적층판과 특수 소재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생산업체들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으며, 일부는 범용 제품 생산을 축소하거나 가격 인상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고 있다. 동시에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적시 생산(JIT) 방식에서 벗어나 약 45~60일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고, 다중 공급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40인치 TV 내부에 장착된 LED 백라이트 스트립 (메탈PCB 기반)  / 사진: Tympanus, CC BY-SA 3.0 de, via Wikimedia Commons


반면 TV, 모니터 등 전자제품용 범용 PCB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들은 공급망 중간 단계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동시에, 고부가 PCB 중심의 생산 재편으로 소재 확보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원가 상승, 납기 불확실성, 수익성 압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부담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PCB 산업은 에너지, 화학, 물류, 반도체 수요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변곡점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비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적 재편 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향후 경쟁력은 원가 관리 능력과 공급망 다변화, 그리고 고부가 제품 전환 전략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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