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인가 본능인가”… 반려동물 행동 둘러싼 공감 논쟁 재조명
가디언 “인간과 반려동물의 유대, 감정 해석보다 관계 자체가 핵심”

반려동물은 인간에게 오랫동안 위로와 동반자의 존재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힘든 순간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보여주는 행동이 정말로 공감과 위로의 표현인지, 아니면 단순한 본능적 반응인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인간과 반려동물 사이의 정서적 교감이 실제 ‘공감’인지, 혹은 인간의 해석이 만들어낸 착각인지에 대한 과학적 논쟁을 다룬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 반려견 보호자는 우울감을 겪는 동안 자신의 10살 테리어 ‘모리스’가 보여준 행동을 깊은 위로로 받아들였다. 개는 보호자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눈을 깜빡이고, 얼굴을 핥는 행동을 보였다. 보호자는 이를 “괜찮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정서적 메시지로 해석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단순히 얼굴에 묻은 음식 냄새나 먹을 것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동물행동학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동을 반드시 인간식 ‘공감’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영국 수의학계 전문가들은 인간과 반려동물 사이의 강한 유대감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반드시 인간 수준의 인지적 공감 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개가 보호자의 정서 상태에 반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의도적으로 위로하는 ‘상위 수준의 공감’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 중이라고 밝혔다.
대안적 설명으로는 ‘정서 전염’ 개념이 제시된다. 이는 다른 개체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다는 단순히 그 정서 상태에 반응해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현상이다. 예컨대 보호자가 슬퍼 보이면 개도 불안하거나 조용해지는 식이다. 반면 일부 연구에서는 개가 낯선 사람의 슬픔에도 접근해 위로 행동을 보였다는 결과가 보고되면서, 단순한 정서 전염을 넘어선 공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양이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고양이는 개보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진화 역사가 짧고, 독립적인 야생 조상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인간과의 감정 교류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에서는 고양이 역시 인간의 감정 변화에 따라 행동 변화를 보이지만, 그것이 적극적인 위로나 공감인지, 혹은 환경 변화에 대한 경계 반응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분석됐다.
또한 인간이 반려동물의 감정을 정확히 읽는 능력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사람들은 개의 행동을 해석할 때 실제 행동보다 상황적 맥락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행동 기반 판단’이 아닌 ‘상황 기반 투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가 불편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조차, 익숙한 긍정적 맥락이 주어지면 행복한 상태로 오해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반려동물이 보이는 ‘죄책감 표정’ 역시 실제 죄책감이 아니라 보호자의 분노나 긴장에 대한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감정을 동물에게 투사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학적 해석이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의 유대감을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이 실제로 무엇을 느끼는지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신호를 더 정확히 읽고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우리가 반려동물이 우리를 이해한다고 믿을 때 유대감은 더 강해지고, 이는 실제 정서적 안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번 보도를 통해 반려동물이 인간의 감정을 완벽히 이해하는 존재인지 여부를 떠나, 그들이 인간의 표정과 감정 변화를 놀라울 정도로 잘 감지하고 반응한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문제는 반려동물이 무엇을 ‘생각하는가’라기보다, 인간이 그 행동을 어떻게 해석하고 관계를 만들어 가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기사 말미에서 한 연구자는 자신의 반려견을 관찰하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세밀하게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이 오히려 인간에게도 행복을 준다고 언급했다. 이는 반려동물과의 관계가 일방적인 감정 투사가 아니라, 상호 이해를 통해 형성되는 관계임을 시사한다.
가디언은 “반려동물이 인간의 감정을 읽는 능력은 놀랍지만, 그 해석은 언제나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