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못 따라가는 예금금리…실질 구매력 감소 고착화”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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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4-14 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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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제비즈니스
2026-04-15 5:05

미국 물가 3.3% 상승…예금금리와 격차 확대
한국 CPI 완만 상승 속 교통·서비스 물가 주도
시중은행 2%대 vs 저축은행 3% 중반 금리 양극화
물가가 예금보다 빠른 ‘실질 자산 감소’ 구조 확산
투자 대안 확대 속 예금 매력도 지속 약화

2022년 물가 급등으로 저축금리가 이를 크게 하회하며 실질 손실 구간이 형성됐고, 이후 금리 상승으로 물가를 상회하는 구간이 나타났으나 최근 물가 재상승으로 격차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자료: 미국 노동통계국 / 그래픽: 유스풀피디아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흐름은 예금만으로는 자산 가치를 방어하기 어려운 환경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르는 가운데 예금금리는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 수익률이 감소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3.3%까지 상승하며 전월 2.4% 대비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유가 상승에 따른 휘발유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의 평균 예금금리는 약 0.39%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일부 대형 은행의 경우 0.0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단순 계산만으로도 물가 상승률과 예금금리 간 격차는 약 3%포인트에 달해 저축만으로는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다만 일부 온라인 은행이나 고금리 저축 상품은 4~5%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며 물가를 상회하는 수익이 가능하지만 접근성에는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한국 역시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2025년 10월 117.42였던 전국 총지수는 2026년 3월 118.80으로 상승하며 완만한 물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교통 물가는 같은 기간 116.40에서 121.44로 크게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고, 음식 및 숙박(125.52→126.76),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116.94→118.05) 등 생활 밀접 항목도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는 128.88에서 127.91로 소폭 하락하며 항목별로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국내 물가는 전체적으로 완만한 상승 흐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교통과 서비스 중심의 체감 물가 압력이 강화되는 구조다.

출처: 한국은행·은행연합회·저축은행중앙회 / 그래픽: 유스풀피디아


이러한 물가 흐름과 달리 예금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약 2.93%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2% 후반에서 3% 초반 구간에 집중돼 있다. 반면 5대 시중은행 기준으로는 여전히 2%대 금리가 다수이며, 일부 상품만이 3%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국내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예금금리가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해 예금으로 얻는 수익이 실질적인 자산 증가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저축은행은 최근 들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고 있다. 79개 저축은행 기준 1년 만기 평균 예금금리는 약 3.2%로 집계됐으며, 이는 올 초 2.92% 대비 약 0.6%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일부 상품은 3.5%를 넘는 금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해당 구간 상품은 20개 이상 확인된다. 이는 지난해 말 시중은행 금리가 저축은행보다 높았던 금리 역전 현상과는 반대되는 흐름으로, 자금 이탈을 방어하기 위한 경쟁적 금리 인상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변화는 자금 이동 흐름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대기성 자금이 은행권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동시에 투자 대안이 다양해지면서 예금의 매력도는 과거 대비 낮아지고 있다. 특히 증시, 채권, 종합투자계좌 등 대체 금융상품의 확대는 예금 중심의 자산 운용 구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핵심은 명목 금리가 아니라 실질 금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률이 예금금리를 상회하는 구간에서는 통장 잔액이 증가하더라도 실제 구매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으며, 반대로 금리가 물가를 상회하는 일부 금융상품을 활용할 경우에만 실질 자산 방어가 가능한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저축 중심의 자산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금리 수준과 물가 흐름을 함께 고려하는 전략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