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손실이 신병 모집 앞질러…"월평균 사상자 3만~3만4000명, 충원은 2만7000명 수준"
AI 드론·장거리 정밀타격에 러 공세 둔화…"전쟁은 소모전 국면, 휴전 가능성이 현실적"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잃고 있으며, 대규모 병력 손실과 경제적 부담이 누적되면서 전쟁 수행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인공지능(AI) 기반 드론과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앞세워 러시아군의 병참과 군사시설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면서 최근에는 러시아가 점령지를 순감소시키는 변화까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CSIS가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022년 2월 전면 침공 이후 올해 6월까지 약 140만 명의 전장 사상자를 냈으며, 이 가운데 전사자는 최대 45만 명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전사 규모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치른 모든 전쟁의 전사자 수를 4배 이상 웃돌고, 같은 기간 소련과 러시아가 치른 전쟁의 전사자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9배 이상 많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병력 손실은 신규 병력 충원 속도도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CSIS는 올해 러시아군의 월평균 전장 사상자가 3만~3만4000명 수준인 반면 월평균 신규 모집 병력은 약 2만7000명에 그쳐 손실을 충분히 메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쟁 초기 2~3대 1 수준이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상자 비율도 올해 들어서는 거의 8대 1 수준까지 벌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중심으로 한 공중 차단 작전을 확대하면서 러시아군 피해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전황 역시 러시아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CSIS의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올해 4월과 5월 모두 점령한 영토보다 상실한 영토가 많아 약 400㎢의 순점령지를 잃었다. 이는 2024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기준 순영토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수년간 이어졌던 러시아의 점령지 확대 흐름이 사실상 멈춘 신호라고 CSIS는 분석했다.
러시아군의 공세 속도도 역사적으로 매우 느린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콘스탄티니우카 방면에서는 하루 평균 약 50m, 포크로우스크 방면에서는 약 70m, 슬로뱐스크 방면에서는 약 90m 정도만 전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CSIS는 이를 지난 100년간 주요 전쟁과 비교해도 가장 느린 진격 속도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며, 현재 전쟁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솜 전투를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소모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종심방어 전략과 드론 운용 능력을 꼽았다. 우크라이나는 참호와 대전차 장애물, 지뢰, 포병, 드론을 결합한 방어 체계를 구축해 러시아군의 기동을 제한하고 병력을 지속적으로 소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추정에 따르면 러시아군 사상자의 90% 이상이 드론 공격으로 발생했을 정도로 드론이 전장의 핵심 무기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CSIS는 AI 기반 드론이 전쟁 양상을 바꾸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기업과 협력해 개발한 자율공격 드론 '호넷'은 실시간 영상 분석을 통해 목표물을 식별하고 기만 표적을 구분한 뒤 최종 공격 단계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또 위성 통신에 의존하지 않고 기체 내부 AI를 활용해 작전이 가능해 러시아의 전자전 교란에도 비교적 강한 대응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타격 능력도 크게 향상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물론 키이우에서 6000㎞ 이상 떨어진 공군기지까지 타격했으며, 석유시설과 군수공장, 철도, 탄약고, 군사기지 등을 지속적으로 공격해 러시아의 정유 능력과 물류망, 해군 전력에 상당한 부담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공격만으로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완전히 마비시키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전쟁의 부담이 러시아 내부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식료품 가격 상승과 증세, 인터넷 통제 강화, 표현의 자유 억압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도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CSIS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올해 5월 전승절 열병식을 대폭 축소한 점도 이러한 안보 부담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했다.
다만 CSIS는 러시아가 심각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당장 전쟁 수행 능력을 상실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쟁 지속 의지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러시아 역시 여전히 방대한 인적 자원과 전시경제를 기반으로 전쟁을 이어갈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이 군사 지원 확대와 대러 제재 강화를 통해 러시아의 전쟁 비용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현재 전쟁은 방어 측에 유리한 구조가 굳어진 만큼 장기적으로는 평화협정이나 휴전이 가장 현실적인 종전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