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네수엘라 연계 제재 유조선 2척 나포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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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08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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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2026-01-08 5:03

대서양과 카리브해에서 연속 나포… 미군, 제재 위반 선박 차단
베네수엘라 연계 유조선, 이름·국적 바꿔 제재 회피 시도
미 해안경비대, 연방법원 영장 근거로 공해상 작전 수행
러시아 “국제법 위반” 반발… 외교적 긴장 고조
트럼프 행정부, 베네수엘라 제재 집행 강화 방침 재확인

사진 1: 미군 헬기가 제재 대상 유조선 상공에 접근하며 승선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 2: 헬기에서 로프가 투하되고, 특수작전 요원들이 공중강하 방식으로 선박에 레펠 침투하고 있다 / 사진 3: 선박에 하강한 요원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유조선 상부 구조물과 계단을 확보하고 있다 / 사진 4: 유조선 내부에서 별다른 저항은 없으며, 팀장급 지휘관이 현장 상황을 재확인하고 후속 지시를 내리고 있다 / 출처: 미 백악관 공식 계정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연계된 제재 대상 유조선 두 척을 대서양과 카리브해에서 연이어 나포했다. 미국 정부는 해당 선박들이 미국의 대베네수엘라 제재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PB뉴스에 따르면 미 유럽사령부는 7일 상업용 유조선 벨라1호를 미국 제재 위반 혐의로 나포했다고 발표했다. 이 선박은 지난달부터 미 당국의 추적을 받아왔으며,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을 차단하는 미국의 해상 봉쇄를 회피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군이 카리브해에서 또 다른 유조선 소피아호에 대해서도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놈 장관은 두 선박 모두 최근 베네수엘라에 정박했거나 베네수엘라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군은 벨라1호를 나포한 뒤 법 집행 기관에 인계했다. 군사 작전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전했다.

벨라1호는 2024년 레바논 무장단체와 연계된 기업을 위해 화물을 밀수한 혐의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 해안경비대는 지난해 12월 베네수엘라로 향하던 이 선박에 대한 승선을 시도했으나, 선박 측이 이를 거부한 뒤 대서양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 데이터에 따르면 벨라1호는 이동 과정에서 선명을 마리네라로 변경하고 러시아 국적으로 등록했다. 선원들이 선체 측면에 러시아 국기를 직접 그려 넣은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선박은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란드 사이 대서양 해역에서 북쪽으로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군용기와 영국 공군 정찰기 역시 이 해역 상공에서 해당 선박을 감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외무부는 나포 이전부터 이 유조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미국 해안경비대가 자국 선박을 장기간 추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유럽사령부는 이번 작전이 연방 법원의 영장에 따라 진행됐으며, 제재 대상 선박이 서반구의 안보와 안정에 위협이 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번 유조선 나포는 최근 미군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기습 작전을 벌인 직후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와 연계된 제재 대상 선박에 대한 단속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CBS 뉴스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제재를 지속적으로 집행하고 있으며, 제재 대상 선박에 대해서는 법원의 영장을 근거로 나포 절차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원유는 매우 중질·점성이 높아 정제 기술이 필요하지만, 고도화된 기술로 경질 제품 전환이 가능해 전략적 가치가 높다. 반면 WTI, 브렌트유 등은 가벼운 경질유로 바로 정제 가능하다 / 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JP모건 보고서, AP·PB 뉴스 종합 / 그래픽: 유스풀피디아

이번 미 해안경비대의 제재 유조선 나포 작전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베네수엘라 원유는 밀도를 나타내는 API gravity가 10~18도로 매우 낮아 중질·매우 중질유에 해당하며, 미국과 유럽의 대표 경질유인 WTI(약 39도), 브렌트유(약 38도), 사우디 경질유(약 33~38도)에 비해 훨씬 무겁고 점성이 높다. 따라서 정제 설비와 기술이 많이 필요하지만, 고도화된 정제 기술을 통해 경질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어 여전히 전략적 가치가 높다.

AP통신과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개입하면 국제 에너지 시장의 힘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이란, 이라크, 캐나다 타르샌드 등 중질 원유 비축국도 전략적 관점에서 주목받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나포 작전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국이 법 집행과 동시에 기술적·전략적 우위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