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론 로보틱스, 인공근육으로 손의 섬세한 움직임 구현
MIT·노스웨스턴·일본 연구진, 생체 조직과 로봇 융합 실험 가속
출력·속도·제어·내구성, 상용화를 가로막는 네 가지 난제
가사·산업·의료 현장까지, 인간과 공존하는 미래 로봇의 가능성
한때 영화 터미네이터 속 T-800처럼 금속성 골격 위에 인공근육과 피부를 덧입힌 인간형 로봇은 공상과학의 상징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연구실과 스타트업의 손끝에서, 근육과 힘줄을 모방한 로봇이 조금씩 그 상상을 현실로 끌어오고 있다.
최근 로봇공학계의 화두는 단단한 모터와 기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존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근육과 힘줄, 뼈의 구조를 모방한 근육계 로봇이다. 사람의 손을 1대1로 복제한 ‘클론 손’ 을 공개한 클론 로보틱스의 사례처럼, 로봇이 점차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폴란드에 본사를 둔 클론 로보틱스는 2021년부터 ‘마이오파이버’라는 인공근육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들은 근육과 힘줄을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골격에 부착하고, 물과 같은 유체 압력을 활용해 실제 근육의 수축을 흉내 낸다.
클론 로보틱스는 반응 시간 50밀리초 이하, 공회전 시 30% 이상의 수축률, 단일 섬유 기준 1킬로그램 이상의 수축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모터 기반 로봇이 가지지 못한 속도와 부드러움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한 시도다.
학계에서도 유사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MIT 연구팀은 실제 근육 세포를 하이드로젤 안에 배양해 여러 방향으로 수축할 수 있는 인공 조직을 만들었다. 이들은 홍채처럼 복잡한 움직임을 재현하는 부드러운 로봇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노스웨스턴대학 연구진은 3D 프린팅된 고무 뼈대와 전기 구동 장치를 결합해 인간 크기의 다리를 제작했고, 이 인공근육이 무릎과 발목을 구부리며 킥 동작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일본 연구진은 한 발 더 나아가 실제 근육 조직을 활용한 초소형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을 개발해 전기 자극에 반응하는 걷기와 회전 운동을 실험했다.
그러나 근육계 로봇이 실생활에 쓰이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생체 근육 수준의 힘과 속도를 동시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고, 다수의 근육과 힘줄을 정교하게 조율해야 하는 제어 기술의 복잡성도 크다. 또한 유체 기반 시스템은 펌프와 저장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무게와 효율 문제가 따르며, 반복적인 수축과 이완으로 인한 내구성 저하도 숙제로 남아 있다. 여기에 촉각과 압력, 온도 같은 감각을 구현하고 피부와 외피를 결합해야만 비로소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하지만, 이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과 기업들은 근육계 로봇이 가져올 미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손이나 팔처럼 작은 단위에서 시작된 기술은 가사 노동, 산업 현장, 의료 및 돌봄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생체근육을 모방하거나 실제 조직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접근은 로봇이 인간과 더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동시에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운 외관과 움직임, 그리고 인공지능과 결합한 자율성의 문제는 사회적 논의와 규제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근육계 로봇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지만, 인류가 오래 꿈꿔온 “사람처럼 움직이는 기계”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