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확장판 NSS 공개…유럽 방위 후퇴·가치 외교 전면화”

이성철 기자
Icon
입력 : 2025-12-10 20:43
Icon
글로벌이슈
2025-12-10 22:16

유럽 방위에서 미국 역할 축소
가치 중심 외교 전략 강화
특정 유럽국가와 집중 협력
주요 5개국(C5) 정상회의 구상
미국 패권 실패와 전략 재편

트럼프는 최근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유럽 동맹국들을 “약하고 쇠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사진출처 : 미 백악관 공식 계정

최근 공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의 확장판이 로이터통신과 디펜스 원을 통해 검토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정책 전환과 세계 질서 재편 구상이 드러났다. 이 문건은 이미 공개된 일반 버전과 달리, 유럽 방위에서 미국의 역할 축소와 특정 국가 및 가치 중심의 외교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개된 NSS에서는 나토의 “영구적 확장 종식”을 강조했으나, 확장 버전에서는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구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서는 유럽이 이민 정책과 언론 자유 제한 등으로 인해 문명적 소멸 위험에 처해 있다고 평가하며, 미국은 군사적 지원을 점차 줄이면서 가치와 이념이 일치하는 일부 국가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를 협력 대상으로 언급하며, 유럽연합과 일정 거리를 두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담았다.

또한 전통적 유럽 생활 방식과 주권을 유지하려는 정당, 운동, 지식인, 문화계 인사들을 지원하되 친미적 성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개 문서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국제 협력 체계도 제안했다. 기존 G7과 달리 경제력과 민주주의 요건에 얽매이지 않는 주요 5개국(C5) 체계를 구성해 정기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중동 안보와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정상화를 우선 안건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이 포함된다.

NSS는 공개 버전에서 언급되지 않은 ‘미국 패권의 실패’라는 평가도 담았다. 냉전 이후 미국 외교 엘리트들이 전 세계를 영구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착각했으나, 실제로는 다른 나라의 사정이 미국의 직접적 이해에 위협이 되는 경우에만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 연계해 미국은 유럽 방위 부담에서 단계적으로 물러나고, 대신 베네수엘라 마약 조직 등 미국 직접 이해에 직결된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지도력을 대체하지 못하도록 지역적 파트너와 협력할 계획도 포함됐다.

로이터 와 디펜스 원은 이번 NSS 확장판 버전을 검토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단순한 군사 동맹을 넘어, 가치와 문화 중심의 외교 전략으로 유럽 내 영향력을 재편하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자국과 원칙을 공유하는 지역 정부, 정당, 운동을 장려하되, 이해가 맞는 다른 정부와도 협력할 여지를 열어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전략은 한국과 아시아 동맹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이 전통적 유럽 방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특정 가치 중심 외교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전략의 초점이 변화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은 미국 정책 변동에 따른 외교·안보 대응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