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군사 개입 직후 나온 그린란드 발언…유럽 외교 긴장 고조
트럼프 “국가안보 위해 필요”…덴마크·그린란드 즉각 반발
NATO 동맹국들 주권 지지 나서…동맹 결속 시험대
북극 전략 요충지 부상…중·러 견제 속 미 행정부 계산
외신 “동맹 신뢰·전후 질서 흔드는 중대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이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덴마크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 사이에서 외교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단행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유럽 내에서는 동맹 질서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 안보 차원에서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보호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린란드가 “앞으로 몇 달 안에 행정부의 주요 초점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린란드는 북미와 유럽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미국은 이미 이 지역에 피투피크(Pituffik) 우주기지를 운영하며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약 200명의 미 공군과 우주군 병력이 상주 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군사적 접근 확대를 넘어 정치적·주권적 통제까지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의 방위 노력을 조롱하는 발언도 내놓았다. 그는 “덴마크가 최근 그린란드 안보 강화를 위해 한 일은 개썰매 하나를 더 추가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접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그린란드는 NATO의 집단 방위 체제 안에 있고, 미국은 이미 충분한 군사적 접근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가까운 동맹국을 상대로 한 위협은 중단돼야 하며, 그린란드는 팔려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린란드 총리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역시 트럼프의 발언을 “병합에 대한 환상”이라고 비판하며 “위협과 압박, 병합을 암시하는 발언은 친구 사이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그린란드가 민주적 체제를 갖춘 지역임을 강조하며, 즉각적인 군사 점령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번 발언은 NATO 내부의 결속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과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은 잇달아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주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 역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 원칙은 보편적 가치라며 덴마크 편에 섰다.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보다도 NATO 내부 결속에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은 “미국의 그린란드 개입 가능성은 동맹 응집력에 있어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 지역 활동 확대를 그린란드 필요성의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북극 해빙으로 항로와 광물 자원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는 가운데, 그린란드는 미사일 방어 체계와 핵심 자원 확보 측면에서 미국 안보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신중론은 적지 않다. 허드슨연구소의 루크 코피 선임연구원은 “그린란드 관련 안보 문제는 기존의 미·덴마크 협정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동맹국을 돕는 것과 병합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행동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며 “20일 후 다시 이야기하겠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이라는 전례가 남긴 여운 속에서, 유럽 내에서는 이번 발언을 단순한 수사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스타 앤드 스트립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미국 국가안보의 핵심 지역으로 규정하며 통제 가능성을 언급하자, 덴마크와 NATO 내부에서 즉각적인 경계와 동요가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더 가디언은 이를 NATO 체제와 전후 국제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며, 동맹국 영토를 둘러싼 압박 자체가 용납될 수 없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발언의 배경으로 북극 지역에서의 중국·러시아 영향력 확대를 지목하며, 그린란드가 미사일 방어와 북극 항로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 직후 나온 그린란드 발언이 미국의 대외 행보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동맹 신뢰를 동시에 시험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논란은 북극을 둘러싼 미·중·러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동맹과 주권이라는 전후 국제질서의 기본 원칙이 새로운 긴장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