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인프라 투자 10조 3,000억 달러
철도·고속도로 건설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
빅테크 설비투자 현금흐름 추월
2032년 연간 3조 7,250억 달러 매출 확보해야 투자 회수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오히려 다른 산업의 부진과 경제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가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집중되는 가운데 주요 기술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현금 창출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수익성 악화와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미국 경제성장의 약 3분의 1이 AI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뉴욕연방준비은행 분석 결과,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국내투자 비중은 코로나19 이전 5년간 평균 21.3%에서 최근 3년간 21.5%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가 급증했지만 제조업과 주택 건설 등 다른 산업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전체 투자 증가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됐다.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과거 미국의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컬럼비아대학교 스테인 판 니우어버그 교수가 브루킹스연구소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25~2032년 미국의 AI 인프라 투자액은 약 10조 3,000억 달러(약 1경 3,846조 원)로 추정된다. 이는 해당 기간 GDP 대비 연평균 3.63%에 해당하는 규모로, 1870~1890년 철도 건설 당시의 2.24%와 1956~1973년 고속도로 건설 당시의 1.13%를 크게 웃돈다.
이를 연평균 투자액으로 환산하면 약 1조 2,875억 달러(약 1,731조 원)에 달한다. 이는 2025 회계연도 미국 연방정부 국방 지출 9,166억 달러(약 1,232조 원)의 1.4배이며, 2024년 연방·주·지방정부의 도로·교량 관련 지출 3,317억 달러(약 446조 원)의 3.9배에 해당한다. 특히 도로 유지관리와 교통서비스에 투입된 784억 달러(약 105조 원)와 비교하면 약 16배에 이른다. AI 인프라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이 미국의 주요 공공서비스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연간 정부지출을 크게 웃도는 규모인 셈이다. 다만 AI 투자액은 2025~2032년 민간 중심의 투자 전망을 연평균으로 환산한 것으로, 실제 정부지출과는 집계 기준과 시점에 차이가 있다.
막대한 투자에 따른 기업들의 재무 부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메타·오라클 등 미국 5대 기술기업의 올해 설비투자는 약 8,010억 달러로, 영업현금흐름 7,07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설비투자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비율은 2020년 38%에서 올해 113%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기술기업 4곳의 데이터센터 관련 채무와 계약상 의무도 약 3조 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80%는 재무상태표에 반영되지 않은 미래 구매·리스약정으로 분석됐다.

AI 투자 확대에 따라 자금 조달 방식도 복잡해지고 있다. 메타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추진하는 300억 달러 규모의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약 270억 달러를 외부 부채로 조달해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약 90%에 달한다. 데이터센터 투자 재원이 기업 자체 현금에서 은행 대출과 사모신용, 특수목적법인(SPV) 등으로 확대되면서 AI 산업의 수익성 악화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할 만큼 AI 산업이 충분한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느냐다. 브루킹스 연구는 2032년까지 약 182.7기가와트(GW)의 데이터센터 용량이 구축될 경우 초기 투자비가 8조 5,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건설기간의 자본비용까지 반영하면 회수해야 할 자본 규모는 약 9조 6,100억 달러로 늘어난다. 연간 투자수익률 10%, IT 장비 수명 6년, 건물·전력설비 수명 20년, 영업현금흐름 마진 50%를 가정할 경우 필요한 연간 매출은 3조 7,250억 달러로, 2032년 미국 예상 GDP의 9.2%에 해당한다. 이는 실제 매출 전망이 아니라 투자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매출 규모를 계산한 것이다.
이러한 매출을 달성하려면 AI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야 한다. 연구는 약 7,700만 개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투입된다는 가정 아래, GPU를 100% 가동할 경우 GPU 1개당 시간당 5.5달러의 매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가동률이 80%로 떨어지면 필요한 시간당 매출은 6.9달러, 70%에서는 7.9달러로 높아진다. 현재 고성능 GPU 임대가격과 비교하면 달성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공급이 대폭 확대된 이후에도 이러한 가격과 수요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AI 산업의 매출 성장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의 합산 연간 매출 추정치인 약 1,000억 달러와 비교하면 2032년 필요한 AI 산업 전체 매출 3조 7,250억 달러는 약 37배에 달한다. 단순 비교를 통해 산출한 연평균 성장률은 약 80%로, 이 같은 고성장이 6년간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더욱이 기술 발전으로 기존 GPU의 경제적 수명이 6년에서 3년으로 단축될 경우 필요한 연간 매출은 약 6조 달러, 미국 예상 GDP의 14.8%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AI 투자 열풍을 둘러싼 핵심 위험은 투자 규모 자체보다 이에 상응하는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있다. AI 산업이 미국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는 상황에서 서비스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데이터센터의 투자수익률이 악화될 경우 설비투자 축소와 금융시장 충격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AI 호황이 제조업과 주택 건설 등 다른 산업의 투자 부진을 가리고 있다면, 투자 열풍이 둔화되는 순간 미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