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산하 국제개발금융공사, 월가에 첫 사무소 개설…중국 일대일로에 맞서 투자 확대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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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2-2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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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026-02-25 8:04

국제개발금융공사, 월가에 첫 사무소 개설
투자 규모 600억 → 2,050억 달러로 3배 확대
중국 일대일로 대응, 민간 자본과 전략적 연계
희소 광물·전략 산업 투자로 공급망 안정화
한국 기업, 미국과 협력해 글로벌 영향력 균형 모색

2025년 10월경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 CEO 벤 블랙이 부인과 함께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찍은 사진. 올해 DFC의 예산은 중국의 ‘일대일로’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600억 달러에서 2,050억 달러로 세 배 증가했다 / 사진: 벤 블랙 공식 계정

미국 연방정부 산하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월가에 첫 사무소를 열고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섰다고 뉴욕포스트가 2월 20일 보도했다.

DFC가 월가에 사무소를 연 이유는 단순히 미국 내 금융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해외 전략 프로젝트에 민간 자본과 전문 인력을 연결하기 위해서다. 공사는 정부 자금을 마중물 삼아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앙골라의 희토류, 우크라이나 핵심 광물 등 전략 산업과 자원 분야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중국 일대일로와 달리, 미국식 공공·민간 연계 모델로 해외 영향력을 확대하고, 투자 실행 속도를 민간 부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2,0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여력을 바탕으로 DFC는 중국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벤 블랙 최고경영자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투자는 경제적 국정 운영 수단 가운데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라고 밝혔다.

DFC의 투자 한도는 기존 600억 달러에서 올해 2,050억 달러로 세 배 이상 확대됐다. 일대일로는 2013년 출범한 대규모 글로벌 인프라 투자 전략으로, 165개국 이상에서 중국의 경제적·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공사 측은 중국의 투자 규모를 그대로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사 대변인은 “중국은 지난해에만 일대일로에 약 2,500억 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중국과 달러 규모로 경쟁하기는 어렵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대신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미국식 모델을 통해 정부 자금 1달러당 2~5배에 이르는 민간 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을 강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가 개발도상국에 자금을 빌려주고 인프라를 구축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이라면, 미국의 DFC는 원조가 아닌 투자형 외교 수단을 통해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전략 산업에 투자함으로써 글로벌 경쟁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자본·공급망·영향력 경쟁 속에서 한국은 미국과 협력하여 해외 전략 자원 확보와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중국과 미국 양쪽 영향력 사이에서 균형 있는 외교·경제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할 수 있다.

이번 월가 사무소 개설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공사 관계자들은 뉴욕에 거점을 둠으로써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미국 금융 중심지에서 자본 조달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벤 블랙 국제개발금융공사 최고경영자가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 벤 블랙 공식 계정


벤 블랙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외교 정책 기조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공사가 민간 부문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며 “세계 금융의 수도인 뉴욕에 사무소를 열면서 전 세계 투자 기회를 보다 신속하게 집행하고, 민간 부문 최고 인재를 유치하며, 워싱턴과 월가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블랙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10월 취임했으며, 골드만삭스에서 애널리스트로 경력을 시작해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에서 근무했고 이후 포틴브라스 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다. 그의 부친은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공동 창업자인 리온 블랙이다. 또한 그는 포틴브라스 공동 창업자인 코너 콜먼을 DFC 비서실장 겸 투자 책임자로 영입했다.

콜먼은 뉴욕포스트에 “민간 부문은 동반자를 찾고 있다”며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미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확신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자신의 전문성을 통해 국가에 봉사할 수 있을지 몰랐던 인재들이 이제는 공공 부문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뉴욕포스트는 이번 조치가 미국이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전략에 맞서 경제적 수단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번 전략은 단순한 기관 확대를 넘어, 세계 경제 질서가 자본과 공급망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향후 미·중 간 영향력 경쟁이 어느 지역과 산업에서 구체화될지에 따라 글로벌 시장의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