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인 공고 5년 만에 최저 수준… 고용 회복은 여전히 더뎌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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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08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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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2026-01-08 2:55

구인 공고 5년 만에 최저… 고용 회복 신호는 미약
채용은 줄고 해고는 안정… 저채용 국면 지속
성장하는 경제와 엇갈린 고용 시장
자동화와 인공지능, 일자리 없는 성장 가능성 부상
소규모 기업 중심으로 제한적 고용 반등

미국 비농업 부문 구인율은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3.4%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급등하여, 2022년 3월 7.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 출처: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 / 그래픽: 유스풀피디아

미국의 구인 공고가 최근 5년 사이 두 번째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며 고용 시장의 회복이 여전히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 기업과 정부 기관이 게시한 일자리 공고 수가 710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달인 10월의 740만 건보다 감소한 수치다. 다만 해고 건수는 줄어들어,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는 소극적인 반면 기존 인력은 유지하려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이른바 고용도 해고도 활발하지 않은 ‘저채용·저해고’ 국면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직자들은 비교적 고용 안정성을 누리고 있지만, 실직자나 구직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고용 둔화는 최근 견조한 경제 성장 흐름과 대조된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연율 기준 4%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마지막 분기에도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의 핵심 관건은 경제 성장에 맞춰 고용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아니면 부진한 고용이 결국 경제 전반의 발목을 잡을지 여부다. 일부에서는 자동화와 인공지능 확산으로 일자리 증가 없이도 경제 성장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단서는 이번 주 발표될 월간 고용 지표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의 구인 공고 수는 2024년 9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이를 제외하면 거의 5년 만에 최저치다. 업종별로는 물류와 창고, 음식점과 호텔, 주정부와 지방정부 부문에서 구인 공고가 크게 줄었다. 반면 소매업과 건설업에서는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둔 근로자 수는 소폭 늘어났다. 11월 퇴직자 수는 316만 명으로, 전달보다 증가했다. 이는 근로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부 회복했음을 시사하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번 통계는 지난해 가을 정부 셧다운으로 지연됐던 고용 관련 지표 이후 처음으로 나온 핵심 자료 중 하나다. 해당 보고서는 고용 공고와 채용, 퇴직, 해고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노동시장 지표로 활용된다.

이와 별도로 급여 관리 업체는 지난해 12월 미국 기업들이 4만1천 개의 일자리를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1월에 일자리가 감소했던 흐름에서 반등한 것이다. 특히 근로자 50명 미만의 소규모 기업들이 9천 개의 일자리를 늘린 점이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흡수하기 어려워 고용 여건이 상대적으로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용 시장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해고 증가 징후는 뚜렷하지 않으며, 제한적이나마 일자리 증가는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금융기관의 자료에서도 지난해 말 채용이 다소 회복되는 신호가 포착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AP통신은 미국 고용 시장이 완만한 성장과 구조적 변화 속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있으며, 향후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고용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미국 고용 지표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처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채용이 늘지 않는 흐름은 한국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공지능과 자동화 확산으로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일자리 창출은 제한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청년층과 구직자들의 체감 고용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에만 기대기보다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한 재교육과 직무 전환 지원, 중소기업과 취약 계층을 위한 고용 안정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장과 고용의 연결 고리를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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