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고용지표 앞두고 하락 마감…인공지능주 부담 지속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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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6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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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글로벌증시
2025-12-16 9:27

인공지능주 부담에 나스닥 하락…연말 마지막 거래 주 관망세
오라클·브로드컴 급락, 인공지능 투자 피로감 확산
고용·소비 지표 앞두고 연준 통화정책 향방 주목
국채 금리 안정 속 금·가상자산·원유는 혼조세
월가 “인공지능 랠리 조정 가능성…내년 증시 신중론 부상

/ 그래픽 : 유스풀피디아

미국 증시는 연말 마지막 전체 거래 주를 시작하며 하락 마감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한 조정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번 주 예정된 고용·소비 지표를 앞두고 위험자산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모습이다.

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6% 하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1% 각각 내렸다. 세 지수는 장 초반 상승 출발했지만, 장중 차익 실현 매물이 늘어나며 모두 하락 전환했다. 연말을 앞두고 방향성보다는 방어적 대응이 우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주부터 불거진 인공지능 관련주 과열 논란도 증시 전반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나스닥 지수는 하루 만에 1.7% 급락했고, S&P500 지수 역시 1.1%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상승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0.5% 내리며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장의 약세를 이끈 것은 대형 인공지능 관련 기술주였다.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오라클은 실적 부진 여파로 최근 이틀간 약 15%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2.7% 추가 하락했다. 반도체 설계업체 브로드컴 역시 지난주 11% 넘게 밀린 뒤 이날 다시 6% 가까이 떨어지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인공지능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는 최근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0.7% 상승했지만, 업종 전반의 분위기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AMD) 등 주요 반도체 종목들도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소프트웨어 업체 서비스나우는 사이버 보안 기업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주가가 11% 넘게 급락해, 이날 S&P500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성장성보다 비용 부담과 불확실성이 부각된 사례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투자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점차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본이 단기간 내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그동안 증시 상승을 주도해온 인공지능 테마가 부담 요인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이번 주 투자자들의 시선은 주요 경제 지표에 쏠려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인하하며 노동시장 둔화를 주요 배경으로 제시한 만큼, 16일 발표될 11월 고용보고서는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고용 증가세가 완만하게 둔화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같은 날 공개되는 소매판매와 기업 재고 지표 역시 미국 소비의 탄력성을 확인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고용과 소비 지표가 동시에 식을 경우, 연말 이후 증시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국채 금리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18% 안팎에서 큰 변동 없이 움직였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수익률이 단기간 급등했으나,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커지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원자재와 가상자산 시장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국제 금값은 온스당 4,300달러 선에서 소폭 상승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반영했고, 비트코인은 장중 9만 달러에 근접했다가 8만5천 달러 선으로 밀렸다.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이며 10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56달러 선으로 하락했다.

한편 월가 안팎에서는 내년 증시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인공지능 관련 대형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공지능 주도 랠리가 단기 기대를 넘어 중장기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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