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 냉각 신호 뚜렷… 실업률 2021년 이후 최고치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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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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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025-12-17 1:09

연방정부 감원과 정책 불확실성 속에 고용 증가세 둔화, 실업률은 2021년 이후 최고치
11월 일자리 소폭 증가에도 임금 상승 둔화와 제조업 부진 이어져
고금리 여파와 인공지능 확산에 기업들 신규 채용 주저
정부 셧다운 여파로 고용 통계 지연·수정, 노동시장 진단 더 어려워져
연준 금리 인하 속 고용시장 약화 조짐에 통화정책 논쟁 격화

미국 자동화 솔루션 업체 오토메이션 디스트립은 인공지능 기반 협동로봇 도입이 제조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부담을 줄이며 자동화 산업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  오토메이션 디스트립 공식 계정

미국의 고용 시장이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방정부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정책 불확실성, 고금리 여파가 겹치면서 신규 고용은 줄고 실업률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 노동부는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늦춰졌던 고용 보고서를 10일 발표하고,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일자리가 6만4천 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4만 개를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한 달 전인 10월에는 일자리가 10만5천 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월 실업률은 4.6퍼센트로 상승해 지난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2023년 4월 54년 만의 최저치였던 3.4퍼센트에서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다.

10월 고용 감소의 주된 원인은 연방정부 인력 감축이었다.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연방정부 일자리는 16만2천 개 줄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 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연방기관 인력 축소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상당수 공무원들은 회계연도 종료 시점인 지난해 9월 말 퇴직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또 8월과 9월 고용 통계도 하향 조정해 두 달간 일자리가 기존 발표보다 3만3천 개 적게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로 끝난 1년 동안의 고용 증가 규모 역시 대폭 수정됐다. 해당 기간 동안 실제로 늘어난 일자리는 91만1천 개로, 당초 발표됐던 수치보다 크게 낮았다. 이에 따라 월평균 고용 증가 폭은 14만7천 개에서 7만1천 개로 줄었고, 3월 이후에는 월평균 3만5천 개에 그쳤다.

임금 상승세도 둔화됐다. 11월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달보다 0.1퍼센트 오르는 데 그쳐 2023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임금 상승률은 3.5퍼센트로, 2021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산업별로 보면 의료 분야가 11월에 4만6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추가하며 민간 부문 고용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건설업도 2만8천 개의 일자리를 늘렸다. 반면 제조업은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며 11월에만 5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고용 둔화의 배경으로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과 인공지능 확산, 고금리 환경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 기조로 기업들의 채용 결정이 지연되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 도입으로 일부 산업에서 노동 수요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 있는 인력 파견업체 관계자는 물류와 운송 분야에서 자동화와 로봇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용이 식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기존 인력을 유지하려는 경향은 강하지만, 신규 채용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고용 시장 불안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준은 최근 기준금리를 0.25퍼센트포인트 인하했지만, 위원들 사이에서는 추가 인하를 둘러싼 이견이 커지고 있다. 일부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노동 시장이 약화되고는 있으나 그 속도가 완만해 당장 추가 금리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연준은 오는 1월 말 차기 통화정책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번 고용 지표들은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제때 발표되지 못했다. 노동부는 9월 고용 보고서를 7주나 늦은 지난해 11월 말에 공개했으며, 10월 실업률은 집계조차 하지 못해 발표하지 않았다.

미국의 고용 시장은 대규모 해고 없이 완만한 냉각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정책 불확실성과 기술 변화가 맞물리면서 향후 고용 흐름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러한 상황이 미국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