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기반 가상 태권도, 차세대 스포츠로 주목
VR·게임 결합한 가상 태권도, 국제대회 무대 넓힌다

가상현실(VR) 기술과 게임 요소를 접목한 '가상 태권도'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새로운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다고 AP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상 태권도는 세계태권도연맹(WT)과 싱가포르 기술기업 리프랙트 테크놀로지스가 공동 개발한 종목으로, 전통 태권도의 발차기와 몸동작을 VR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경기 방식이다.
선수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한 뒤 척추와 허벅지, 정강이 등에 동작 인식 센서를 부착하고 가상의 3차원 경기장에 입장한다. 실제 움직임으로 디지털 아바타를 조종해 상대와 비접촉 방식으로 겨루며, 빠르고 정확한 공격으로 상대의 가상 체력 게이지를 먼저 소진시키면 승리한다.
기존 태권도가 체급과 연령, 성별에 따라 경기를 치르는 것과 달리 가상 태권도는 같은 가상 공간에서 누구나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경기는 라운드당 1분 안팎의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며, 끊임없는 공격과 빠른 판단이 요구된다.

지도자들은 가상 공간에서 경기가 이뤄지더라도 기본적인 태권도 기술은 물론 체력과 근지구력, 유연성, 공간 인지 능력이 여전히 경기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강한 발차기보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공격을 연결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며, 순간적인 판단력과 이른바 '게임 센스'도 중요한 경쟁 요소로 꼽힌다.
베트남 국가대표 응우옌 타인 히엔 린은 2024년 첫 가상 태권도 대회에서는 경기 운영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최근 말레이시아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표 선수로 성장했다. 그는 "가상 태권도는 단순히 발차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위치를 먼저 예측하고 한발 앞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대표팀의 헨리 리 코치는 "먼저 체력과 근지구력, 유연성을 키운 뒤 기술과 전략 훈련을 진행한다"며 "가상 태권도에서는 얼마나 강하게 차느냐보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공격하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속도가 곧 힘"이라고 강조했다.
가상 태권도는 2023년 싱가포르 올림픽 e스포츠 위크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2024년 첫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올해는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며, 2027년 말레이시아 동남아시아(SEA)게임에서도 정식 메달 종목 채택이 기대되고 있다.
AP통신은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가상 태권도를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실제 태권도 기술과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스포츠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과 고령 선수들도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고, 비접촉 방식으로 부상 위험이 낮아 어린 선수와 학부모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또 일부 선수들은 처음 VR 환경에서 어지러움을 겪기도 하지만 대부분 빠르게 적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게임에 익숙한 청소년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관련 대회와 훈련 프로그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국가대표 육성 프로그램과 지도자 자격 과정이 운영되고 있으며, 현지 지도자들은 장비 보급이 확대되면 더 많은 클럽이 가상 태권도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P통신은 디지털 기술과 전통 무술을 결합한 가상 태권도가 국제 종합대회 진출을 계기로 새로운 태권도 경기 문화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